미국 필라델피아에 있는 심장병 전문병원인 가이싱어병원이 수술 뒤 보증기간을 두고 사후 책임을 지겠다고 최근 발표했다. 예를 들어 협심증 등으로 심장수술을 받은 환자는 90일 동안 보증기간 적용을 받게 된다. 이 기간 동안 수술로 인한 후유증이나 문제가 발생해 환자가 다시 수술대에 오르더라도 비용은 병원이 부담하게 된다. 환자 입장에선 쌍수를 들고 환영할 일이다.
이젠 의료서비스도 자동차나 가전제품처럼 애프터서비스(A/S)를 하는 세상이 됐다. 먼 나라 이야기만은 아니다. 강약과 수준의 차이는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수술 뒤 환자의 사후 관리 서비스를 하는 곳들이 생겨나고 있다. 인천의 H병원은 '찾아가는 재활AS'를 선언하고 가정방문 간호팀을 운영하고 있다. 간호팀은 수술을 받고 퇴원한 환자의 집에 찾아가 수술 부위의 재발은 없는지 등에 대해 A/S를 하고 있다. 이보다 앞서 서울의 S병원은 1990년대부터 수술부위가 재발하면 무료로 재수술을 해주고 있다. 제도화한 것은 아니지만 가급적 그렇게 하고 있단다. 항문질환을 전문으로 하는 이 병원은 항문질환의 경우 재발이 많아 환자의 신뢰를 높이기 위해 이런 서비스를 운영하게 됐다고.
세상이 많이 바뀌었고, 지금도 빠르게 바뀌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로 눈을 돌리면 갑갑하다. 얼마 전 아는 사람에게 부탁을 받았다. 대구의 대학병원에서 위암 판정을 받았는데 수술 날짜를 받지 못해 무작정 기다리고 있으니, 사정 좀 봐 달라는 것이다. 그 절박한 마음이 안타까워 그 병원의 아는 교수에게 문의를 했다. 수술을 기다리는 환자들이 많아서 그렇다며 가능한 한 빨리 환자에게 연락을 주겠다고 했다. 그리고 며칠 뒤 그 교수가 전화를 했다. "그분, 이미 서울로 가신 것 같네요. 미안합니다."
의료담당 기자를 하다 보면 지인이나 얼굴 모르는 독자들의 전화를 받을 일이 많다. 의료분쟁의 내용도 있지만 크고 작은 불만들이 많다. 병실이 없다는 이유로 환자더러 연락을 줄 때까지 기다리란다. 병원은 '무작정'이고, 환자는 '무조건'이다. 혹시 병이 악화되지 않을까 싶어 하루가 급해서 가슴을 졸이는데. 환자의 사정은 아랑곳없고, 선택의 여지도 없다.
사실 많은 병원들이 '고객(환자) 만족'을 목청껏 외치고 있지만, 대부분 직원들을 '웃는 인형'으로 만드는 데 그치고 있다. 당장 병을 해결해 주지 못하는 형편에서 '친절'은 '천사의 미소'일 수가 없다.
대구의 병원들은 환자들이 서울로 빠져나간다고 아우성이다. 대구경북병원회, 대구시의사회는 물론 대구시까지 나서 지역의료기관의 공동 홍보 전략을 마련한다고 난리다. 물론 대구의 병원들의 우수성을 몰라서 무조건 서울로 발길을 돌리는 환자들을 붙잡기 위해선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홍보에 앞서 진지한 고민부터 해야 한다. "혹시, 우리들이 그들을 서울로 내몰지는 않았는지."
시골에서 온 노인 환자에게 의사 얼굴 한 번 보여주고, 며칠 뒤 다시 검사를 받으러 오라고 하는 일은 없어야겠다. 당장 병실이 없다면 언제쯤 입원이 가능할 것이라고 알려줬으면 좋겠다. 접수하고 외래진료실 찾아가고, 검사받는 곳을 찾기 위해 미아처럼 복잡한 병원 건물에서 헤매고 다니는 불편이 없어야겠다. 순박한 우리 환자들은 A/S는 고사하고 본연의 의료서비스라도 제대로 받을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김교영(사회1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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