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마음의 쉼표이기도 하지만 눈의 휴식이기도 하다. 회색 콘크리트, 회색 컴퓨터만 쳐다보다 보면 누구나 자연의 색깔이 그리워진다. 도심의 알록달록한 간판들과 네온사인은 화려하긴 하지만 공허하니까. 사람들이 도시를 떠나 교외로 나가고 싶어하는 것도 그런 까닭이 아닐까.
의성과 영주에는 뻑뻑해진 당신의 눈에 생기를 불어넣을 네 가지 자연의 색깔들이 기다리고 있다. 당신의 지친 눈을 네 가지 천연색으로 가득 채워보자. 어딜 가나 고개만 들면 보이는 하늘의 푸른빛은 덤이다.
◆초록빛의 여유
의성군 금성면 탑리리 산기슭을 따라 5분가량 차를 달리면 허브향이 먼저 코를 간지럽힌다. O'SuSu란 간판이 걸린 이 수수농원은 입구가 좁긴 하지만 1만여 평의 수수밭을 초록빛으로 장식하고 있다. 걸으면서 보이는 것은 드넓은 수수밭뿐이지만,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밀레의 만종이 그려져 있다.
초록 수수밭을 천천히 걷든, 허브미술관에 들어가 그림을 감상하든, 2천 원을 내고 트랙터 마차를 타고 농원을 한바퀴 돌든, 운 좋게도 맑은 날씨라면 열기구를 타고 하늘로 올라가 수수밭의 그림을 감상(어른 2만 원, 시간 7분)하든, 이곳에서는 무엇을 하든 영화의 주인공이 된다.
식당에서는 수수빈대떡(6천 원), 허브꽃밥(1만 원), 허브돈가스(8천 원)로 허기를 달랠 수 있다. 허브차, 허브양초, 에센스 등도 판매한다.
농장 한편 채소정원에는 상추, 깻잎, 고추, 마늘, 수박, 가지 등 40여 종의 야채와 과일들이 자라고 있다. 농장주인 차호철(35) 씨는 "내달초쯤 수확해 농장을 방문하는 관광객들에게 무료로 나눠줄 계획"이라고 했다. 또 농장을 찾은 아이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기 위해 동물농장도 만들 예정이다. 054)832-6866.
◆노란색의 낭만
"꽃이 피어서 산에 갔지요/ 구름 밖에 길은 삼십 리/ 그리워서 눈 감으면/ 산수유 꽃 섧게 피는 꽃길 칠십 리···." 곽재구 시인의 시구를 따르지 않더라도 산수유 노란 꽃은 눈이 부시도록 아름답다.
이런 눈부신 노랑의 산수유 꽃을 만나러 새벽부터 일어나 지리산 자락 구례까지 갈 필요가 없다. 지척에도 있다. 의성군 사곡면 화전2리, 속칭 '숲실마을'은 구례를 능가하는 산수유 꽃 피는 마을이다. 이 마을에는 300~400년 된 산수유나무가 3만, 4만 그루나 있다. 일단 규모에서부터 구례를 능가한다. 4월 20일을 전후해서 마을 입구부터 끝까지 대충 20여 리는 노란 꽃 천지다.
이 마을의 묘미는 또 있다. 숲실마을은 계절별로 옷을 따로 준비해놨다. 봄에 노란 옷을 입는 이 마을은 여름엔 초록색 옷으로, 그리고 가을에는 빨간 옷으로 갈아입는다. 산수유 꽃이 모두 졌다고 한탄할 필요가 없는 셈. 빨간 산수유 열매가 가득한 마을의 정경은 노란 물이 든 봄의 그것에도 전혀 뒤지지 않을 만큼 장관이다. 10월 말쯤 숲실마을은 빨간 옷을 입는다.
◆붉은색의 열정
의성까지 왔다면 경상북도기술원 신물질연구소에 들를 것을 추천한다. 이곳에는 산수유만큼이나 눈을 자극하는 작약을 감상할 수 있다. 꽃 모양이 크고 함지박처럼 넉넉해 '함박꽃'이라 불리는 작약은 향이 없다는 오해를 받기도 했지만 그윽하다. 그러나 역시 향보다는 꽃의 화사함과 풍성함을 감상하는 꽃이다.
신물질연구소 내 50ha에서 재배되고 있는 작약 때문에 매년 5월이 되면 이곳은 붉은 바다로 변한다. 게다가 친절하게도 드넓은 작약밭을 민간인에게 개방하기 때문에 가까이서 붉은빛에 매료될 수 있다. 입장료도 없고, 방문인원이 많다면 안내까지 곁들인다.
작약꽃은 5월 10일에서 20일경이 절정. 이 시기에 의성에 들른다면 큼직큼직한 붉은 작약을 지나치지 마시길.
◆연분홍의 향연
소백산 주능선 철쭉군락은 5월 말부터 6월 초까지 꽃을 피운다. 철쭉 탐승지의 고전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오랜 기간 사랑을 받아온 산중 화원. 연화봉 일대와 정상인 비로봉에서 국망봉과 신선봉으로 이어진 능선에 철쭉이 밀집돼 있다. 높이 2m쯤 되는 철쭉이 어른이 지나갈 만큼 커다란 연분홍색 꽃 터널을 만들어낸다.
철쭉꽃은 화려한 색뿐 아니라 진한 향기로도 유명하다. 맑은 공기에 어울려 철쭉이 뿜어내는 감미로운 향은 산행하는 이들에게 더없는 행복을 선물한다.
의성·이희대기자 hdlee@msnet.co.kr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영주·마경대기자 kdma@msnet.co.kr
♠ 경험자 Talk
▷강인태(58·서울 천호동)=지난해 뇌졸중으로 쓰러져 몸의 반쪽이 마비됐다. 그동안 휠체어 신세를 져왔다. 그런 나에게 지난달 다녀온 어서 오이소 경북 주말여행이 기적을 선물했다. 이번이 다섯 번째 참가한 건데 이젠 혼자 거동할 수 있을 정도로 건강해졌다. 경북의 맑은 물과 깨끗한 공기가 이렇게 만들었다. 나에게 경북은 이미 생명의 은인이다.
▷김종길(59·서울)='어서 오이소' 경북 주말여행만 이번이 벌써 여섯 번째다. 우연하게 경북을 들렀다가 지금은 경북 팬이 됐을 정도로 경북의 매력에 흠뻑 빠져 있다. 경북만의 매력은 뭔가 화장하지 않은 청순함이랄까. 앞으로도 같은 사람이 몇 번 가야 한다는 제한만 없다면 계속 오고 싶다.
▷박인순(51·여·서울 목동)=친구 네 명이랑 친목모임 겸 해서 신청했다. 생각한 것보다 볼 것도 많고 음식도 맛있고 친구들과의 좋은 추억거리도 쌓을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남편도 데리고올 걸 하고 후회하고 있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친구들과 부부동반으로 와도 즐거운 여행이 될 것 같다.
▷이세영(8·여·초등학교 1학년)=엄마랑 함께 왔는데 너무 재미있었다. 빙계계곡에서 다슬기도 잡고 물놀이도 하고 신났다. 다음에도 엄마를 졸라 또 오고 싶다.
♠ 주머니 Tip
의성에서는 주머니 사정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대부분의 관광지가 입장료를 받지 않는다. 영주도 문화관람료는 저렴하다.
여행 순서별로 따져본 한 명의 여행경비는 다음과 같다.(단위:원, 기름값 제외)
△1일
고운사 무료
점심 마늘포크 7,000
조문국 유적지 무료
탑리오층석탑 무료
산운생태공원 무료
빙계계곡 무료
저녁 돌솥밥정식 7,000
숙박 호텔 40,000
△2일
아침 쇠고기해장국 4,500
소수서원·소수박물관·선비촌 3,000
부석사(주차료) 3,000(경차 2,000)
점심 인삼갈비탕 7,000
풍기온천 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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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 76,000
* 이번 주 여행코스 : 고운사-조문국 유적지-탑리오층석탑-산운생태공원-빙계계곡-소수서원·소수박물관·선비촌-부석사-풍기온천
* '어서오이소' 다음(16, 17일) 코스는 '6·25 낙동강방어선과 천주교 성지순례-칠곡·구미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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