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력 인플레로 대졸자의 하향 취업이 매년 증가하는 등 대학 졸업 후 마땅한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현상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대구시 9급 행정직 채용시험이 11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고, 일부 전문대 인기학과 정원외 대졸자 입학 경쟁률이 10대 1에 이르는 등 학력 U턴도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이유는 적성과 실력을 고려하지 않은 채 무작정 일반계 고교, 무작정 대학 진학을 선택하는 사회 풍조에서 찾을 수 있다. 올해 대구 일반계고에서 직업과정을 신청한 학생 수가 지난해 486명에서 605명으로 증가한 것만 봐도 진로에 대한 충분한 고민 없이 일반계고에 진학했다가 후회하는 학생들이 얼마나 많은지 알 수 있다.
일반계고에서는 학습 속도가 중급 이상의 학생에 맞춰지기 때문에 중위권 이하 학생들은 학교 생활조차 쉽지 않다. 대학 진학 때는 아무 대학이나 가고 보자는 처지가 될 가능성이 크다. 매년 3월 초가 되면 무작정 일반계고에 입학한 학생들의 상당수가 적응을 하지 못하고 전문계고로 전입학을 하려고 신청을 하는 게 현실이다.
현재 중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전문계고를 제대로 아는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 대구 전문계고의 경우 중학교에서 중·하위권(40~80%) 성적의 학생들이 진학하지만, 3년간 실습 위주의 기초교육을 받기 때문에 동일계열 대학 진학시에는 일반계고 출신 학생에 비해 단연 유리하다. 기업에서도 이들을 선호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또 일반계고에 진학하면 하위권에 머물 상황이라도 실업계고에서는 이를 반전시켜 성적을 높이고 만족할 만한 학교 생활을 하는 게 얼마든지 가능하다. 대학 진학시 내신 성적에서 유리한 것은 물론 사회진출 시기도 이르다. 가정 환경이 좋지 않은 학생들은 무작정 진학보다 전문계고를 졸업하고 취업 후 대학 진학 시에 부여되는 직업능력개발 학자금, 사내대학 학자금 등으로 무상으로 공부할 기회가 많으므로 관심을 가져야 한다.
물론 전문계고에 진학한 학생들 가운데도 해당 분야에 소질과 적성이 맞지 않거나 기초가 극히 부족해 학과에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전국 전문계고 수가 706개(대구 20개)나 되지만 기능 숙련 인력이 절대 부족해 현대중공업 등에서는 정년을 연장하는 현실을 볼 때 우리나라 전문계고의 직업교육은 효율성이 낮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그러나 소질과 적성이 전혀 반영되지 않는 진로 선택은 고교 3년 동안 성취감을 잃고 방황하는 시기로 낭비할 우려가 높다. 정부에서도 장학금 지원, 직업교육 활성화 등 전문계고 강화 방안을 내놓은 만큼 먼 장래를 내다보는 학부모들의 지혜가 필요하다.
이상배 대구시교육청 산업교육 담당 장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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