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여상을 나왔기 때문에 일반계 고교에 한이 맺혔어요. 그래서 장남만큼은 꼭 일반계 고등학교에 보내고 싶었는데…. 하지만 아들의 선택을 존중했고 지금은 백 번 잘 했다고 생각합니다."
김인숙(42·달성군 옥포면) 씨는 아들 석진욱(18) 군을 꼬옥 안으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경북기계공고 전자과 3학년에 재학 중인 진욱 군은 반에서도 1, 2등을 다투는 우등생일 뿐 아니라 기능경기대회에서 금메달을 차지, 어머니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이렇게 훌륭하게 자라 준 아들이지만 김 씨 역시 아들의 진로를 결정할 때는 마음 고생이 많았다. "중3때 반에서 성적이 15등쯤 됐어요. 초등학교 때는 전교 회장을 할 정도로 성적이 좋았는데 중학교 진학 후에 성적이 떨어지더군요. 하지만 중3 담임 선생님도 일반계를 권했고 저도 많이 망설였어요." 아들이 왜 말리지 않았느냐며 나중에 원망할까 걱정도 했다는 것. 아들을 공고생으로 만든 이상한 엄마라는 얘기가 나오지 않을까도 싶었다. 주변의 선입견은 생각보다 단단했다. 전문계고는 '못한 애들이 가는 곳'이라는 벽 앞에서 한동안 주춤했었다.
"하지만 일반계고에 보내 뒤에 줄 서는 것보다는 낫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아들도 공고를 졸업해 삼성전자에 취직한 선배가 있다며 제법 확신을 갖고 있어 한편으로 마음이 놓이기도 했고요."
김 씨는 아들이 고교생이 된 후 학교 생활에 적극 참가했다. 중간, 기말 고사가 있을 때면 학부모 시험 감독을 자원했고 학교 행사 때마다 자원봉사자로 나섰다. 아들의 교내 생활을 가까운 자리에서 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또래 아이들을 만나보니 듣던 것과는 전혀 다르더군요. 다 밝고 똑똑하게 생겼더라구요. 행실이 나쁜 아이들이 전문계라서 있고, 일반계라서 없나요? 그건 아니잖아요." 아들 친구들 이름은 꼭 물어봐서 얼굴을 익혀두고, 교사들과도 많은 얘기를 나눴다. 처음 가졌던 걱정은 빠른 속도로 사라졌다.
아들은 이런 어머니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성적도 성적이지만 지난 4월에는 대구시 기능경기대회 컴퓨터 제어부문에 출전, 성인들과 겨뤄 금메달을 땄다.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자마자 이번에는 담당 선생님의 추천으로 성서에 있는 의료기기 제조회사에 취직을 하게 됐다. 대졸 수준의 연봉에다 병역특례까지 받을 수 있는 조건. 탄탄하다고 소문난 기업이었다. 아들은 취업을 해서도 대학 야간과에 등록해 공부를 계속할 작정이다.
"제 친구들이 다 부러워해요. 우리 애 칭찬도 많이 하고요. 제 주변을 돌아보면 야간자율학습이 끝나는 시간에 맞춰 아이를 차에 태워오는 분들이 많아요. 정말 힘들다고 하시더군요. 그러면서 '진욱이는 진로가 결정됐으니 좋겠다. 우리 애는 대학 가서 또 취업전쟁을 해야 한다.'며 부러운 표정으로 이야기를 합니다."
김 씨는 진로 결정으로 갈등을 하고 있을 학부모들에게 이렇게 조언했다. "처음에 전문계고를 선택할 때 왜 걱정이 없겠어요? 하지만 전문계를 가든, 일반계를 가든 다 자기 할 탓이죠. 전문계에 가서도 휩쓸리지 않고 처음의 소신만 지킨다면 일반계 학생보다 훨씬 다양한 인생 길이 열립니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국회 목욕탕 TV 논쟁…권성동 "맨날 MBC만" vs 이광희 "내가 틀었다"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