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멜레온'처럼 변신하라. 최근 현대나 대우 등 대기업 정비서비스업체들의 공세에서 살아남기 위해 동네 카센터들이 치열한 자기 변신을 하고 있다. 대기업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려는 자구노력인 셈. 이들은 깔끔한 외관으로 고객을 불러들이기도 하고 작업 사진을 찍어 고객들의 신뢰를 얻는가 하면 특화를 선택해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등 갖가지 변신으로 '고객 잡기'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초라한 카센터 이미지는 가라
대구 수성구 만촌1동 '오토월드 정비센터'는 왠지 허름하고 지저분한 일반적인 카센터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다. 깔끔한 2층 건물과 산뜻한 내부 인테리어는 대기업 정비 서비스업체 못지않다. 이곳은 부분정비 공동 브랜드인 '카포스'를 내걸고 지난해 2월 문을 열었다.
이곳에서 가장 눈에 띄는 곳은 다름 아닌 고객 휴게실. 10여 평의 방에는 대형 TV와 푹신한 안락의자, 인터넷 코너 등이 갖춰져 있어 마치 카페에 온 듯한 편안함을 준다. 화장실 또한 호텔 부럽지 않게 고급스럽다. 원색적인 의자도 눈길을 끈다. 오명훈 대표는 "대기 손님이 작업을 바로 옆에서 지켜보거나 보채는 경우가 없이 이곳에서 편하게 휴식을 취하니까 정비사들도 작업 능률이 오른다."고 말했다. 간혹 휴게실에서 자는 손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렇게 카센터 외관에 신경을 쓴 이유를 묻자 오 대표는 서슴없이 "고객들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서"라고 답한다. 첫 인상이 중요한데다 소비자들이 점점 깨끗하고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원하기 때문이라는 것. 그런 고객의 눈높이에 맞추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들다는 것이 오 대표의 설명이다. 오 대표는 "깨끗한 외관과 넓은 공간 덕분에 1년여 사이에 10년 동안 영업을 하던 기존 카센터의 매출과 비슷해졌다."고 말했다.
김영희 대구시자동차부분정비조합 이사장은 "내년 상반기까지 1천여 카포스 조합원 중 50% 정도가 카센터 리모델링 사업에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사진으로 고객 신뢰를 얻는다
김모(48·여) 씨는 최근 자신의 '그랜저XG' 승용차에 이상이 생겨 대구 중구 삼덕2가 '현대카부분정비'를 찾았다. 정비 결과 헤드가스켓에 탈이 생긴 것. 김 씨는 아무 거리낌 없이 교환을 부탁하고 카센터를 나왔다. 5시간 후 다시 찾았을 때 이곳에서는 김 씨에게 작업정비내역서와 함께 분해했을 때와 작업 모습, 완료 상태 등이 각각 담긴 사진들을 보여주었다. 일단 작업이 끝나면 부품을 제대로 교환했는지 확인할 수 없었던 김 씨는 사진 몇 장에 왠지 찜찜하던 마음이 확 사라졌다.
이곳에서 사진 첨부 서비스를 시작하게 된 것은 고객들의 불신을 없애기 위해서였다. 김수경 대표는 "일반인들에게 부분정비가 나쁜 이미지로 각인돼 정직하게 정비를 하는데도 의심의 눈초리로 보는 경우가 많았다."고 토로했다. 김 대표는 그로 인해 손해를 보는 것이 너무 억울했다는 것.
그런 불신을 없애기 위해선 작업 모습을 고객들이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사진을 찍어 고객들에게 보여주기 시작했고 이런 서비스는 상당한 호응을 얻었다. 김 대표는 "특히 자동차를 잘 모르는 초보 운전자나 여성 운전자들의 반응이 좋다."고 웃었다. 이로 인해 매출도 20% 이상 늘었다고 했다. 김 대표는 "대구에서도 이렇게 고객 신뢰를 얻기 위해 서비스를 하는 곳이 최근 들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성을 살린 특화 시대
대구 북구 산격2동 '새대구오토미션'은 일반 카센터와는 다른 점이 있다. 일반 정비를 하면서 트랜스미션 수리를 별도로 전문화시킨 것. 4년 전부터 시설 투자를 꾸준히 해오면서 지금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는 설명이다. 김재홍 대표는 "일반 카센터에서 잘 다루지 않는 부분이라 정비 공장에서 수리 위탁이 오거나 고객들의 발길도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일반 정비와 같이 함으로써 서로 보완할 수 있어 안정적인 영업이 된다는 것.
대구 북구 동천동 '대복자동차'도 싼타페나 트라제 등 최신 디젤 차종에 사용되는 '커먼네일 인젝터'를 전문적으로 정비한다. 손병곤 대표는 "많은 운전자들이 기름값을 아끼기 위해 디젤차를 타는데 커먼네일 신품의 경우 30만 원이나 된다."며 "이를 고쳐 사용하려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평소 엔진 쪽에 관심이 많아 1년 전부터 디젤차 수요가 앞으로 많을 것으로 내다보고 특화를 시켰다는 것. 손 대표는 "카센터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특화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김영희 이사장은 "올 연말 자동차관리법이 바뀌면 부분정비에서도 기존에 다루지 못했던 부분 도장이나 제동장치, 조향장치 정비 등이 가능해진다."며 "앞으로 전문성을 살린 특화된 카센터들이 더욱 늘 것"이라고 말했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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