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노래방 '메모리칩' 전문 도둑 극성

유통 쉬운 단종기기만 노려…"10분 이내 나갈 땐 의심"

노래방 기기의 '메모리칩' 전문 도둑이 극성을 부리고 있다.

대구 성서경찰서는 노래방 메모리칩만을 빼내 전자부품 상가에 팔아넘긴 혐의로 김모(32) 씨를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 씨는 지난해 10월부터 최근까지 50여 차례에 걸쳐 노래방 기기 메모리칩 50여 개를 훔쳐 서울의 전자부품 상가에 팔아 치운 혐의를 받고 있다.

이 메모리칩은 모두 지난 2004년 단종된 K사의 제품인 점이 특징. 메모리칩이 없으면 노래방 기기를 쓸 수 없게 되는 만큼 단종 기기를 범행 대상으로 할 경우 부품상가에서 8만~10만 원을 주고 중고 메모리칩을 구입할 수밖에 없는 점을 노린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경찰은 노래방 업계의 사정을 잘 아는 이들의 소행으로 보고 메모리 칩의 유통경로를 파악하는 등 전문 절도범들이 더 있을 것으로 추정,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대구경찰청 관계자는 "범인들이 노래방 기계의 원리와 유통경로 등을 미리 꿰뚫고 있으며 신형 기기가 있는 가게는 피하는 등 계획적으로 범행을 저지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관련 업계에서는 '10분 이내에 손님이 떠날 경우 의심하라'는 내용의 도난 방지문까지 배포했지만 역부족인 형편이다. 업계에서는 대구시내 노래방 2천300여곳 중 95%가 넘는 2천180여 곳이 단종된 K사 제품을 쓰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김동주 대구 노래연습장업협회장은 "대구에서만 50, 60곳의 노래방이 피해를 입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며 "워낙 수법이 교묘해 막기 힘든 형편"이라고 말했다.

장성현·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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