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성서공단에 '노사화합' 순풍이 불고 있다. 본격적인 임금협상 시즌인 6월에 들어서면서 벌써부터 무교섭과 무분규를 선언하는 업체들이 잇따르고 있는 것. 과거 번번이 제조업체의 발목을 잡았던 노사갈등은 점점 퇴색되고 있는 분위기다. 이는 노사 모두 더 이상 대립으로는 최근의 어려운 경제 상황을 극복할 수 없으며 서로 뭉쳐야 산다는 필요성을 느끼기 시작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임금 인상분 사측에 일임했어요"
오토 트랜스미션과 엔진 파이프를 생산하는 자동차부품 업체 (주)삼보모토스 노조는 지난 11일 올해 임금 인상분을 사측에 일임하기로 결정했다. 함경식 노조위원장은 "지난해 수익이 많지 않은 가운데서도 사측에서 임금 인상을 과감히 해주었다."며 "회사가 발전하고 살아야 직원 고용도 가능하지 않으냐."고 말했다.
이 업체는 노사 관계가 원만하기로 정평이 나있다. 1987년 노조가 생긴 이후 한 차례도 파업이 없었다. 송재홍 종합관리실 실장은 "IMF 직후인 1998년 회사가 어려움에 빠지면서 노사 갈등이 잠시 있었지만 이를 잘 극복하면서 노사 화합의 모범업체로 거듭났다."고 말했다. 지난해 5월엔 대구시로부터 '노사화합상'을 받기도 했다.
이런 배경에는 사측의 배려가 큰 밑거름이 되었다. 이 업체는 초등학생을 제외한 자녀 2명 이상의 직원들에게 학자금을 지원하고 정기적으로 사내제안제도를 실시해 푸짐한 포상을 한다. 특히 사내 제안 제도는 호응도 좋아 올해는 전 직원의 70%가 제안을 했을 정도다. 이재하 대표의 부지런함도 한몫한다. 부서별로 4개월에 한 번씩 있는 회식에 웬만하면 참석해 그들의 이야기를 서슴없이 듣는가 하면 체육대회나 노사워크숍에도 꼭 참석한다. 함 위원장은 "2005년 초엔 사측에서 대구에서 처음으로 60세 말까지 정년을 보장해주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런 노사화합은 곧 생산성 향상과 성장으로 연결된다. 이 업체는 매년 제품 불량률을 눈에 띄게 줄이더니 올해는 불량률이 지난해에 비해 10% 정도로 확 줄었다. 이를 통해 현재 '품질 4스타' 수준을 곧 품질 5스타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현대자동차로부터 품질 5스타로 인정받으면 곧바로 현금 거래가 가능해지는 등 여러 가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또 지난해 올린 1천300억 원의 매출을 올해는 1천600억 원으로 늘리는 등 매출 신장도 기대하고 있다.
◆노사화합 선언 잇따라
자동차 와이퍼를 제작하는 경창산업도 노사화합에 있어 둘째가라면 서럽다. 지난 2001년 '신노사문화대상'을 받는 등 노사 안정과 관련된 상은 모두 휩쓴 업체다. 급기야 1일 '노사평화선언'을 하고 올해 임금협상을 무교섭으로 결정하기에 이르렀다.
강지태 노조위원장은 "임금은 동종 업계에 비해 높다고 할 수 없지만 노사 관계는 어디에도 뒤지지 않을 만큼 자신 있다."고 말했다. 노조는 회사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 회사는 노조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 고민한다는 것. 노사분규는 아예 생각도 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업체 또한 CEO들의 배려와 열정이 남다르다. 창업자인 손기창 명예회장은 아직 현장을 다니며 일일이 직원들을 격려하는가 하면 손일호 회장은 매월 있는 간담회에 참석해 말단 직원들하고도 스스럼없이 대화하기를 즐긴다. 매년 5월 30일 노동절 행사를 크게 열면서 직원들에게 포상을 듬뿍 하기도 한다. 강 위원장은 "올 노동절엔 6명이 부부동반으로 제주도 2박3일 여행을 갔다왔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이 업체는 매년 20%의 고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책자, 카탈로그 등 다양한 인쇄품목을 생산하는 (주)한성인쇄도 지난 8일 노사 대표가 모여 '노사화합 공동선언문'을 채택하고 노사 신문화 정착과 함께 회사 발전에 총력을 기울이기로 다짐했다.
김정호 대구지방노동청 북부지청장은 "최근 들어 업체들이 특별한 마찰 없이 서로 합심해 회사 발전에 매진하려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들어 특히 집회 신고 건수 등 갈등 조짐이 지난해에 비해 줄어 산업 현장의 노사 분위기가 어느 때보다 좋다고 덧붙였다. 김 지청장은 "노동청에서도 이에 맞춰 노사관계 안정화를 위해 사업장마다 노사화합 선언을 릴레이식으로 유도하고 있다."고 했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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