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여권 대선주자들의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반노(反盧) 성향의 주자들이 잇따라 출마를 포기하고 2선으로 물러서는 반면, 친노(親盧) 주자들은 조만간 출마선언을 계획하는 등 전면으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범여권의 대선후보 경쟁 과정에서 현직 대통령인 노무현 대통령에게 맞섰거나 '찍힌' 주자들이 일차적으로 밀려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반노 진영에서는 고건 전 총리와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에 이어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이 12일 전격적으로 불출마와 탈당을 선언했다.
열린우리당에서 김 전 의장과 함께 양대 계보를 이끌어 왔던 정동영 전 의장도 공식 출마선언을 미루는 등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 모두 반노 성향인 데다, 당내에서 통합의 걸림돌로 꼽히기도 했다는 점에서 김 전 의장의 불출마가 정 전 의장에게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한나라당을 탈당했던 손학규 전 경기지사의 경우 범여권의 유력 대선주자감으로 꼽히고 있음에도, 아직 범여권 내부에서는 지지기반을 구축하지 못한 채 오는 17일 지지세력인 선진평화포럼을 출범시키는 등 독자 행보만을 계속하고 있다.
노 대통령은 정 전 의장에 대해 "당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 놓고도 통합노래를 부르며 저울질한다.", 손 전 지사에 대해서는 "손학규 씨가 왜 여권이냐. 이것은 정부에 대한 모욕"이라고 발언한 적이 있다.
반면, 친노 진영에서는 이해찬·한명숙 전 총리와 김두관 전 행정자치부 장관·김혁규 열린우리당 의원 등이 대선 행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한 전 총리와 김 전 장관은 오는 18일, 이 전 총리는 19일, 김 의원은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초 대선출마를 공식선언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보다는 소극적이지만 김병준 청와대 정책기획위원장과 유시민 열린우리당 의원 등의 출마설도 나돌고 있다.
이들 친노 주자 간에는 범여권 통합문제와 관련, 이견이 표출되고 있어 향후 대선행보에 변수가 될 수 있다. 이 문제에는 노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의 의중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
이 전 총리가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것도 이들 전·현직 대통령을 만족시킬 수 있는 현실적 대안으로 꼽히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는 국민의 정부 때 교육부장관, 참여정부에서는 총리를 지냈다.
서봉대기자 jinyo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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