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6월 항쟁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남겼다. 군부 독재정권에 종지부를 찍었고 사회 각 분야에서 획기적인 민주화를 이뤄내 한국 현대 민주주의의 전환점이 됐다. 그러나 '미완의 과제'를 남겼다는 평가도 적지않다. 삶의 질은 오히려 내리막길을 걷고 있고 사회양극화는 눈에 띄게 심각해지고 있기 때문. 시민들의 높은 정치 의식과 변화된 사회상에 정치가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도 별반 달라진 것이 없다.
6월 항쟁은 위대했지만 이제는 그 성과와 한계를 냉정하게 돌아보고 이를 토대로 새로운 발전의 동력을 찾아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6월 항쟁을 통해 한국의 제도적·절차적 민주주의가 큰 진전을 이뤘다고 입을 모은다. 다시는 군부독재로 회귀가 불가능할 만큼 역사의 물줄기를 돌려놓았다는 것. 또한 법치주의가 확립됐으며 정치·자본·지식 등 각 권력이 자연스레 경쟁하는 시대를 이끌어냈다는 풀이다. 김두현 대구·경북민주화운동계승사업회 간사는 "6월 항쟁의 가장 큰 성과는 국민주권의 확립"이라며 "절차적·정치적 민주주의가 크게 진전됐으며 절대적 측면에서는 노동자 임금이나 생활수준, 복지 등 질적인 부분도 상당 부분 발전했다."고 말했다.
반면, 절차적 민주화에 비해 실질적 민주화 단계인 사회·경제적 민주주의의 실현은 아직 과제로 남아있다는 평가다. 1997년 IMF 사태 이후, 세계화와 투기자본을 앞세운 신자유주의적 시장경제에 휩쓸리면서 사회·경제적 양극화는 날로 심화되고 있다는 것. 6월 항쟁의 목표였던 민주주의 이념이 1997년 이후 진행된 양극화에 대해 처방이나 해답을 내놓지 못했다는 것이다.
임채도 대구사회연구소 연구원은 "6월 항쟁으로 한국 사회에 형식적 민주주의가 진전되는 등 새로운 발전의 토양이 된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이후 권력을 잡은 민주화 세력들이 한국사회의 발전 방향에 대해 구체적인 비전도, 능력도 없었다는 게 비극"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6월 항쟁의 정신이 사회적 민주화로 이어지려면 시민운동이 다시 시민 곁으로 돌아와야 한다고 말한다. 지역의 명망가나 특정 지식인 그룹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기존의 시민운동 대신,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소단위 네트워크를 강화해야 한다는 것. 이를 위해 시민들이 가장 작은 단위에서 연대하고 소통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 이재성 계명대 철학과 교수는 "건강한 시민으로서 자기를 혁신할 수 있는 소단위 공동체가 필요하다."며 "이를 통해 가장 작은 부분에서부터 자기 혁신 운동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임채도 연구원은 "현재 시민운동은 실제 시민들과 괴리된 측면이 있다."며 "노동, 사회, 정당 등 각 영역별로 폐쇄적인 시민운동에서 벗어나 지역에 대한 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할 수 있는 문제 제기 집단을 구성하는 것이 필요하며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등 다른 지역과 문화적 교류를 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경제적 양극화를 완화할 수 있는 정책 프로그램이 절실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양한 복지 프로그램과 일자리 창출, 사회적 연대 프로그램을 통해 사회 각 계층이 조화를 이룰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 홍덕률 대구대 사회학과 교수는 "6월 항쟁의 정신이 한 단계 더 도약하려면 사회적 불평등과 계층 간의 대립을 완화하는 것이 시급하다."며 "복지 정책의 확대뿐만 아니라 국제적 투기 자본을 규제하고 완화할 수 있는 국가 간 공동체를 구성하는 데도 주도적인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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