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서울 주요大 내신 축소에 대입지도 대혼란

'1~4등급 동점처리' 검토

서울대에 이어 수도권의 주요 사립대가 2008학년도 정시모집 전형에서 일정 등급까지의 내신 성적을 동점 처리하는 방안을 추진해 고교들의 입시 지도에 엄청난 혼란이 일고 있다.

교사들은 교육부가 제재를 통해 대학들의 방안을 무산시킨다고 해도 내신에 비중을 두지 않겠다는 대학들의 의지가 분명히 나타난 만큼 대입 전형에서 내신은 사실상 생명력을 잃었다고 지적했다.

연세대와 이화여대 입학 담당자들은 12일 "2008학년도 정시모집에서 9등급 중 4등급 학생들까지 만점을 줘 동점으로 처리, 수능의 영향력을 높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내신 4등급(상위 40%)이 같은 점수를 받을 경우 중·상위권 대입 전형에서 내신은 영향력을 완전히 잃기 때문에 2008학년도 대입제도 발표 이후 내신 관리에 매달려온 학생들에게는 충격적인 방안이다.

서강대와 한양대도 "일정 등급까지 만점을 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수도권 주요 대학들은 대입 전형에서 여타 대학들의 추세와 동떨어진 전형 방법을 실시할 경우 지원자 미달 사태를 우려해야 할 정도로 모집 경쟁이 치열하다. 이 때문에 일부 대학들의 내신 4등급 동점 처리 방안은 도미노처럼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교육계에서는 서울대가 올초 내신 1등급(상위 4%)과 2등급(상위 11%)에 동점을 주는 정시모집 전형방법을 확정, 발표할 때부터 예상됐던 일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일부 사립대는 대학이 정시모집에서도 내신 반영률을 스스로 결정하지 못한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며 교육부의 입시 정책을 비판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내신 4등급 이상 만점' 계획은 공교육의 근간을 무너뜨리고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라면서 "주요 사립대들이 지난 3월에 내신 반영 비율을 50%로 하기로 해놓고도 기본 점수 적용 등 편법으로 내신을 사실상 무력화시키고 있다."며 강도높게 비난했다.

교육부는 '내신 무시' 대학들에 대해 각종 지원을 대폭 줄이고 대학들의 내신 실질반영률 계산 방식을 보다 구체화해 공개토록 방침이다. 또 내년부터 '대학 정보공시제'가 시행될 경우 수능 직전 발표하던 각 대학의 '대입 전형' 확정 계획을 매년 5월로 앞당겨 발표토록 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키로 했다.

그러나 고교 관계자들은 대학들의 이 같은 입장이 발표된 자체만으로도 학생들 사이에 상당한 파장이 일고 있다고 학교 분위기를 전했다. 한갑수 대구진학지도협의회장은 "수능 중심 전형을 도입한 데 이어 내신 특정 등급까지 동점 처리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사실만으로도 대학들의 내신에 대한 입장은 드러난 셈"이라며 "고3 수험생은 물론 1, 2학년생들도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 고3 담당 교사는 "내신의 낮은 실질반영비율, 수능 중심 전형, 대학별 고사 비중 확대 등 내신을 무력화하는 대학들의 갖가지 조치를 방관하며 제재만 외치는 교육부를 이해할 수가 없다."며 "대학들의 이기주의와 교육부의 뒷북 행정에 고교만 죽어난다."고 꼬집었다.

김재경기자 kj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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