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폐암 수술을 받았던 박모(50) 씨는 한 달 두통이 있어 병원에 갔다. 자기공명영상(MRI)으로 뇌 촬영을 한 결과, 암이 뇌로 전이된 사실을 알게 됐다. 뇌에는 이미 세 곳에 암이 자라고 있어 수술이 불가능하다는 판정을 받았다. 의학의 발달로 암 환자의 생존율이 높아지면서 암이 뇌로 전이되는 경우가 많아졌다. 특히 뇌의 여러 곳에 암이 발생하는 경우에는 수술이 불가능해서 약물이나 방사선 치료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감마나이프가 등장하면서 새로운 길이 열렸다.
◇감마나이프 수술이란?
감마나이프 수술은 머리(두개골)를 열지 않는 무혈(無血) 뇌수술 방법이다. 돋보기가 햇빛을 한 곳에 모아 종이를 태우듯 감마나이프는 201개의 코발트에서 나오는 방사선을 한 곳에 집중시켜 주위에 영향을 주지 않고 원하는 부위의 종양이나 혈관기형을 치료하는 수술 장비이다. 메스 대신 방사선을 이용한 수술이다. 뇌의 경우 외과수술로 접근이 어려운 곳에 있거나 병소가 여러 개 있어 수술이 불가능할 때 활용된다. 이 수술은 건강보험 적용을 받기 때문에 외과 수술비용과 큰 차이가 없다. 감마나이프수술은 경북대병원 등 전국 12개 대형병원에서 가능하다.
◇지름 3cm 이하 혹이 수술 대상
감마나이프는 전이성 뇌종양에 있어서 병소(암세포가 침범한 곳)가 한 개일 때는 물론, 병소가 여러 개일 때에도 그 위치에 상관없이 한 번의 치료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감마나이프는 마취가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외과 수술을 견디기 힘든 환자에게도 수술의 위험성이 없으며 고통도 따르지 않는다. 또 한나절만 치료를 받으면 곧 퇴원할 수 있다. 또 방사선 치료나 외과적 수술을 받으면 당분간 항암제나 방사선 치료를 중단해야 하지만, 감마나이프 수술은 다음 날부터 이런 치료를 계속할 수 있다. 다만 병소가 크다면 주위 뇌에 방사선이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수술 대상을 보통 지름 3cm 이하의 병소로 제한하고 있다.
◇수술은 이렇게
수술 과정은 간단하다. 먼저 병소의 위치를 좌표로 계산하기 위해 프레임이라는 장치를 머리에 고정시킨다. 땅을 측량할 때 장대를 세우는 것과 같은 원리이다. 프레임은 두피에 국소마취를 한 뒤 핀을 이용해 머리에 고정한다. 이런 뒤 환자는 MRI나 CT 촬영을 하며, 이 사진을 근거로 해 컴퓨터에서 병소의 좌표를 찾아낸다. 좌표 계산이 끝나면 의료진은 그 결과에 따라 감마나이프로 환자를 수술한다. 이 때 환자는 어떤 고통이나 이상을 느끼지 못하며, 의료진은 모니터를 통해 환자의 움직임을 관찰한다.
◇수술 대상 질환
전이성 뇌종양을 비롯해 거의 모든 뇌종양과 뇌혈관질환, 파킨슨병이나 통증 등 기능적 질환이 대상이다. 신경 주위를 싸고 있는 막에 생기는 혹인 신경초종은 물론 최근에는 간질치료에도 쓰이고 있다.
김교영기자 kimky@msnet.co.kr
도움말·황성규 경북대병원 신경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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