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퍼포먼스를 만났다. 박진형(53) 시인이 시집 '퍼포먼스'를 내고 오는 16일 '시의 품에 안긴 퍼포먼스'라는 이색적인 출판기념회를 연다. "요즘 대구가 너무 조용해서 한 판 벌였습니다." 퍼포먼스는 격렬한 이미지의 집약이다. 그 속에서 일탈을 꿈꾼다. 시도 그런 것 아닐까.
그는 2004년 8월 한 달 동안 잠을 못 잤다. 제2회 김천 국제퍼포먼스아트 페스티벌 마지막 날. 엄청난 소나기가 쏟아졌다. 태국에서 온 츰뽕 아피숙. 노란 비옷을 입고 밀대걸레를 들고 나왔다. 그는 1시간가량 빗물 속에서 밀대를 밀고 다녔다.
"이 군더더기 하나 없는 행위예술을 보면서 무상의 법열(法悅) 같은 것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그는 집에 와 시 '생이 다 망가질 때까지'를 썼다. 그는 이해 여름에 잠도 자지 않고 40여 편의 퍼포먼스 시를 써내려갔다. 시집에는 퍼포먼스를 주제로 한 시 76편을 담았다. 퍼포먼스를 주제로 한 시집은 국내에서는 처음이다. 그가 7년간 매달린 퍼포먼스에 대한 열정이 총 집약된 시집이다.
16일 오후 5시 고령 내곡미술관(054-955-8756)에서 열리는 행사는 퍼포먼스를 보고 쓴 그의 시를 다시 퍼포먼스로 재연하는 공연이다. '시밥상'은 이하석 시인이 직접 퍼포먼스를 보여줄 예정이며, '몸과 길'은 도지호, '다리가 두 개뿐인 의자'는 윤명국, '밥물이 넘는 동안'은 박미루 씨가 공연하고, 호주에서 온 페네로프 제인 톰프슨이 '오, 스며라 글씨', 리홍재 씨가 '단숨에'를 퍼포먼스한다.
화가 권기철 이영철 홍창용 이규목 황현숙 씨가 초록 풀밭 위에 펼쳐진 100m의 천에 제각각의 그림을 그리는 퍼포먼스 '풀밭 위의 그림 여행'도 갖는다. 이 코너에는 관객도 참여할 수 있다.
시노래와 시낭송에 퍼포먼스, 그리고 회화 등 시를 매개로 만나는 서로 다른 예술 장르의 융합과 시어를 온몸으로 표현하는 이미지 격랑이 관객에게 색다른 충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관람료 1만 원(시집 증정). 박 시인은 1985년 매일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해 시집 '몸나무의 추억' '풀밭의 담론' '너를 숨쉰다'를 출간했으며 현재 도서출판 만인사 대표로 있다.
김중기기자 filmto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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