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2007 농촌체험] ⑨안동 가송리 참살이마을

밀사리 아시나요? 불에 그슬린 구수한 맛이란…

▲ (사진 위)지난 9, 10일 안동 도산면 가송리에서 열린 농촌체험에서 참가자들이 완전히 여물지않은 밀 이삭을 불에 구워 먹는 밀사리를 하고 있다. (사진 아래)가송리마을 앞을 흐르는 낙동강 지류인 이나리강에서 체험가족들이 파리낚시를 하며 즐거워하고 있다.
▲ (사진 위)지난 9, 10일 안동 도산면 가송리에서 열린 농촌체험에서 참가자들이 완전히 여물지않은 밀 이삭을 불에 구워 먹는 밀사리를 하고 있다. (사진 아래)가송리마을 앞을 흐르는 낙동강 지류인 이나리강에서 체험가족들이 파리낚시를 하며 즐거워하고 있다.

'智者樂水, 仁者樂山.'

논어(論語)에서는 지혜로운 사람은 물을 좋아하고, 어진 사람은 산을 좋아한다고 했다. 하지만 우리 성현들은 산과 물을 따로 떼어놓고 즐기지 않았던 게 분명하다. 삼천리 금수강산 어디나 산 좋고 물 좋은 경승지에는 선비들의 풍류가 절로 느껴지는 정자들이 터줏대감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을 보면.

청량산을 무척이나 사랑한 퇴계 선생이 자주 들러 쉬었다는 고산정이 있는 안동 도산면 가송리도 그러하다. 청량산을 휘감고 굽이치는 이나리강 명경지수에 모두들 감탄사를 쏟아낸다. "여기가 정말 무릉도원 아이니껴? 이런 경치 또 어데서 볼 수 있겠니껴." 도시에서 온 체험가족들을 안내하는 마을 손연모(71) 할아버지의 얼굴에서 자부심이 한껏 느껴진다.

외병대·내병대·공주당·도영담·학소대 등 이른바 가송 10경을 둘러본 뒤 마을 체험사랑방에서 감자송편 빚기가 시작된다. 저마다 오물딱조물딱 솜씨를 뽐내지만 이곳이 어디인가? 전통을 중시하는 안동 양반들의 고장 아닌가. "이게 송편이라 할 수 있겠니껴?" "저희는 그냥 예쁘게만 하면 될 줄 알고…." 꾸중을 들어도 맛있게 먹을 생각에 흐뭇한 웃음이 번진다.

조용한 산촌의 할머니들이 차려내온 저녁밥상은 웰빙 그 자체. 도시주부들은 맛깔스러움과 정성에 입을 다물지 못하고 즉석에서 요리비법을 배우기 바쁘다. "여기 있는 나물들은 전부 이 마을에서 난 건가요? "그럼, 당연하지. 다 우리가 직접 키운 것들이야. 좀 싸줄까?" 하나라도 더 배워가려는 마음씨가 처음 본 사이의 서먹함을 날려버린다.

곱게 물들인 한지로 복조리를 만드는 전통공예체험이 끝나자 마당에서는 캠프파이어의 불꽃이 하늘을 수놓는다. 서산 너머로 수줍게 모습을 드러내는 별들을 헤아리며 추억이 새록새록 쌓인다. "여보, 북두칠성이 어디 있어요?" "어디 있긴 바로 저기 있잖아. 하나 둘 셋 넷 다섯…." 모닥불에 익어가는 감자와 간고등어보다 간만에 나누는 대화가 더 맛나다.

이튿날 아침 들리는 것이라곤 물소리, 보이는 것이라곤 산뿐인 산촌의 깨끗한 공기가 시원하기 그지없다. 아침부터 부산을 떨어 농암 이현보 선생 종택을 둘러보고 온 체험가족들이 체험사랑방 마당에 옹기종기 모여든다. 금방 아침식사를 든든히 했건만 짚불에 타들어가는 밀알에 또다시 군침이 넘어간다.

"와! 이게 밀사리군요. 듣기만 했는데 너무 맛있네요." "우리 어릴 때는 주인 몰래 들판에서 설익은 밀을 많이 구워 먹었습니다. 얼굴이 새까매진 것도 모르고 말이죠." 시범을 보이는 남효경(45) 마을대표는 어느덧 코흘리개 시절로 되돌아간 모습이다.

래프팅 명소로도 널리 알려진 이나리강에서의 천렵은 모두를 동심으로 돌려보내기에 충분하다. 옷쯤이야 버려도 아랑곳없다. 은빛 비늘을 퍼득이는 피라미를 꼭 쥔 손은 마치 보물을 품에 넣은 듯하다.

도산서원과 경북도 산림과학박물관을 들렀다가 대구로 돌아오는 버스 안이 여름휴가 계획을 세우느라 시끌벅적하다. "엄마, 올여름에 꼭 다시 와요. 그땐 더 큰 물고기 잡을 거예요." "그래, 다음에는 아빠도 꼭 같이 오자꾸나."

이상헌기자 dava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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