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떠날 생각 없어요" 대구 동성로에 사는 사람들

"도심속 불편한 점 많지만 정든 곳 떠날 생각 없어요"

▲ 대구의 대표적인 상업지구인 동성로에는 수십 년째 터를 잡아 살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동성로 토박이들이 살고 있는 옛날 집 전경. 정우용기자 vin@msnet.co.kr
▲ 대구의 대표적인 상업지구인 동성로에는 수십 년째 터를 잡아 살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동성로 토박이들이 살고 있는 옛날 집 전경. 정우용기자 vin@msnet.co.kr

하루 20만 명이 오가는 대구의 중심가 동성로(중구 사일동~삼덕동 1가). 상업지구인 이곳엔 수십 년째 터를 잡아 살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1980년대부터 우후죽순처럼 들어서기 시작한 점포와 유흥업소 물결 속에서 일반 주택으로 사용되고 있는 곳은 18가구 정도지만 주변 매장 주인들도 있어 진정한 터줏대감은 10가구 정도가 고작. 동성로를 떠나지 못하고 수십 년간 시내 한복판에서 살고 있는 이들의 삶을 들여다봤다.

대구 중구 동성로 2가 65의 1번지. 대구백화점 남문 부근의 이곳은 이 일대 유일한 가정집으로 정정례(55·여) 씨 가족이 3대에 걸쳐 살고 있다. 22년 전 이사 온 정 씨는 자식들을 모두 이 집에서 키워냈다. 현재는 시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자녀도 다른 곳으로 분가해 정 씨 부부만이 이곳을 지키고 있다. 그는 "고향과 같은 이곳을 떠날 수 없다."고 했다. 교회와 백화점, 음식점 등 그가 필요로 하는 모든 생활 공간이 그의 집을 둘러싸고 있는데다 시아버지의 손길이 곳곳에 묻어 있는 곳이기 때문. 이 집은 예전 대구지방법원의 사택을 개조한 집으로, 대구지법원장을 지낸 이중근(당시 70대) 변호사가 생활하던 곳이다.

물론 불편한 점도 적잖다. 소음에 자동차 매연, 쓰레기 등 중심 상업지구에서 볼 수 있는 온갖 문제들이 발생하지만 동성로를 떠날 생각이 없다고 했다. 그는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볼지 몰라도 이곳은 시부모와 자녀가 함께 동고동락하던 고향과 같은 집"이라며 "번잡스럽긴 해도 이미 익숙한 만큼 동성로와 평생을 함께할 것"이라고 했다.

삼덕동 1가에서 30년째 살고 있는 주진복(54) 통장도 동성로와 함께한 대표적인 인물로, 30년 전의 동성로를 그대로 기억하고 있었다. "야통(야간 통행금지)이 있던 시절에도 삼덕동에 산다고 하면 집에 보내줄 정도였다."며 "삼덕동은 과거 대구의 부와 명성이 함께한 곳으로, 아직 그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교육감과 지법원장의 사택 등 대구의 명망가들이 살았던 곳이란 것. 그러나 점포와 유흥업소가 하나 둘씩 생기면서 서서히 주거지역으로서 역할이 쇠퇴하기 시작했고, 지금은 가정집을 찾기가 어렵게 됐다. 그러나 그는 떠나지 않았고, 앞으로도 다른 곳으로 옮기지 않을 작정이다. 그는 "양복점을 하며 자식을 길러낸 이곳을 차마 떠날 수 없었다."며 ""중심 상권에서 통장직을 맡고 있어 다른 곳보다 민원이 배로 많지만 그래도 이곳을 사랑한다."고 했다.

한편 동성로의 대표적인 주거지역이었던 삼덕동 1가의 삼덕 맨션아파트 역시 상업지구로 탈바꿈을 준비하고 있다. 1974년 신축돼 30년을 넘게 시내 한복판 주거지역으로 자리 잡았던 이곳에 지상 13층 높이의 건물에 극장 8개와 판매시설 등 상업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정현미기자 bor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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