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암초에 걸린 정부 '국공립 보육시설' 확대사업

국·공립 보육시설을 늘려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려는 정부 정책이 암초에 부딪히고 있다.

정부가 지난해 말 발표한 아파트 어린이집의 단계적 국·공립화계획이 사유재산 침해 논란으로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데다 지난달부터 실시한 초교 유휴교실의 국·공립 보육시설 활용 조사 또한 공간 부족과 지자체 예산 부담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성가족부와 교육인적자원부는 지난달 초 대구를 비롯한 전국 지자체와 교육청에 "두 기관이 공동으로 국·공립 보육시설로 전환할 수 있는 초교 유휴교실을 조사해 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이는 3월 "학생 수가 감소하는 초교 유휴시설을 유아교육 및 보육시설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라."는 대통령 지시에 따라 관련 정부 부처들이 협의한 결과다.

그러나 한 달이 넘은 12일 현재 대구 8개 구·군 가운데 초교 유휴교실을 파악해 대구시에 보고한 기초자치단체는 단 한 곳도 없다. 대구시와 교육청 관계자는 "지자체들이 현실성 없는 사업으로 판단해 정부 지침을 외면하고 있다."며 "지난해 기준으로 대구 202개 초교 가운데 유휴교실이 있는 학교는 2곳, 4개뿐인데다 정부와 지자체의 사업비 비율을 50대 50으로 규정한 국·공립 보육시설 재원 규정이 반발을 사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아파트 어린이집의 단계적 국·공립화 또한 사정은 마찬가지. 기존 어린이집 89곳과 2008년 말까지 신설되는 대구 아파트 어린이집 30곳 중 8곳과 3곳이 각각 국·공립 대상이지만 어린이집 임대 수입과 관련한 아파트의 반발에 아직까지 단 한 곳도 국·공립으로 전환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사설 어린이집의 비싼 보육료와 낮은 보육의 질이 갈수록 사회문제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민간과 지자체의 국·공립 전환 의지를 촉구하고 있다. 실제 1천239곳의 대구 전체 어린이집 가운데 국·공립은 고작 2.9%인 23곳에 불과, 30%까지 늘리려는 정부 정책 방향과 비교해 너무 동떨어진 상황. 이 때문에 주택 밀집 지역에선 무늬만 보육 시설을 갖춘 사설 어린이집까지 넘쳐나고 있다. 또 지난 한 해에만 학교 내 보육시설 13곳을 국·공립으로 전환한 부산이나 학교 병설 유치원을 종일제로 운영하는 한편 다른 유휴교실을 영아반 위주의 보육시설로 운영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경기도 등과 비교해 대구시의 의지가 없지 않으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대구시 관계자는 "국방부와 협의해 군부대 안에도 국·공립 보육시설을 늘리려는 등 여성가족부의 정책 의지는 높이 살 만하다."면서도 "그러나 지자체의 살림살이와 보육 사정이 저마다 다르다는 점에서 사업비 차등 지원과 다른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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