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스포츠 인사이드)감독과 선수의 '찰떡 궁합'

올들어 신데렐라처럼 떠오른 프로축구 대구FC의 이근호는 변병주 대구FC 감독의 '황태자'라 할 수 있다. 지난해까지 인천 유나이티드의 2군에서 주로 활약했던 이근호는 그를 눈여겨본 변 감독의 권유로 대구FC로 이적한 후 올 시즌 K리그에서 펄펄 날며 올림픽 대표와 국가대표로까지 뽑히게 됐다. 그 자신 현역 시절 빠른 스피드를 바탕으로 한 측면 공격수였던 변 감독은 역시 빠른 스피드를 지닌 이근호에게 포지션에 구애받지 않고 플레이할 것을 주문했고 이근호의 빠르고 창의적인 플레이는 대구FC의 상승세의 원동력이 됐다.

이근호는 자신을 알아준 변 감독에 의해 날개를 달았고 변 감독도 이근호의 활약으로 어깨를 펴고 있다. 이렇듯 감독과 선수가 유난히 궁합이 잘 맞는 경우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거스 히딩크 감독이 한국 대표팀을 맡고 있던 시절 그의 총애를 받았던 선수 중 한 명인 박지성은 PSV에인트호벤에서도 좋은 활약을 펼쳤고 명문 구단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이적했다. 딕 아드보카트 감독이 한국 대표팀을 맡았을 때에는 신예 미드필더 백지훈이 '황태자'로 거론됐고 윙백 김동진과 수비형 미드필더 이 호는 아드보카트 감독을 따라 러시아리그의 제니트로 가 그 중 김동진은 지금까지 주전으로 기용되고 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아르센 웽거 아스날 감독은 특급 스트라이커 티에리 앙리에 대한 무한 신뢰를 보내왔고 아스날로 오기 전 이탈리아 세리에A리그에서 고전했던 앙리도 웽거 감독 밑에서 자신의 재능을 활짝 꽃피웠다. 최근 이적설이 나돌고 있는 앙리가 아스날을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거듭 이야기하고 있는 데에는 아스날과 종신 고용 계약을 맺은 웽거 감독의 존재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국내 프로야구에서 최근 최대의 관심을 모으는 양준혁은 김응용 삼성 라이온즈 사장에 대한 고마움을 잊을 수 없다. 한때 삼성을 떠났던 양준혁을 김응용 당시 삼성 감독은 팀의 구심점이 될 선수라고 여겨 다시 불렀고 양준혁은 그 기대를 저버리지 않기 위해 노력한 끝에 마흔을 바라보는 지금도 불꽃같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 투수로 입단했다가 불세출의 홈런 타자가 된 이승엽은 그를 홈런 타자로 전업하게 해준 백인천 감독이 '찰떡 궁합'을 이룬 지도자라 할 수 있다.

히딩크 감독이나 아드보카트 감독과 같은 카리스마를 발휘하지 못해 인기가 별로 없는 편인 핌 베어벡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은 신통찮은 경기 내용으로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그가 새로 발굴해 활기를 불어넣는 선수도 그다지 눈에 띄지 않는다. 15일 아시안컵 최종 엔트리를 선정, 출사표를 띄우고 올림픽 최종예선에도 나서야 하는 그에게 박지성, 이영표, 설기현, 이동국 등 주축 선수들의 부상은 그에게 더 큰 고민을 안겨주고 있다. 그나마 올림픽 대표로 두각을 나타낸 이근호가 아시안컵 대표로 선발돼 그의 '황태자'가 될 지, 축구팬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김지석기자 jise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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