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여권이 대통합 쪽으로 기울면서 이를 역설해 왔던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행보에 탄력이 붙고 있다. DJ에게 기댔던 반 노무현 대통령(反盧) 성향의 대선주자들이 잇따라 출마를 포기하고 친노(親盧) 주자들은 부상하고 있는 최근 상황과 맞물려 주목된다.
특히 DJ가 '민주당 중심'의 대통합론을 제기하고 있는 반면 노 대통령은 이를 지역주의 회귀로 비판해 왔다는 점에서 이들 전·현직 대통령 간의 힘 겨루기도 본격화될 조짐이다.
범여권의 통합작업은 12일 대선 출마를 접은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이 대통합 성사를 위해 적극 나서면서 민주당과 중도개혁통합신당을 축으로 한 소통합 진영이 밀리고 있는 양상이다.
김 전 의장은 범여권의 킹 메이커 역할을 자임, 14일 손학규 전 경기지사를 시작으로 대선주자들과 잇따라 회동할 계획이다. 이날 오후에는 DJ와의 면담도 예정돼 있다.
반면 민주당과 중도개혁통합신당은 통합민주당을 15일 창당시키기로 했으나 20일 이후로 연기했다. 그 배경에 대해 공식적으로는 "열린우리당의 추가탈당 의원 등 더 많은 의원들을 동참시키기 위해서"라지만, 대통합 쪽으로 쏠리고 있는 범여권 상황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상황에서 DJ는 13일 "'도로 민주당'이라는 말이 나오는데 현 대통령은 민주당이 당선시킨 대통령"이라며 "대통령을 당선시킨 민주당을 중심으로 해서 다음 (대선)후보를 만드는 것은 당연하지 않은가?"라고 반문했다. 열린우리당 중심론을 강조해온 노 대통령과 맞서는 발언으로 민주당은 DJ가, 열린우리당은 노 대통령이 창당한 것이기도 하다.
또한 "민주주의를 위해 몸바친 사람" 등 차기 대통령의 자격 조건까지 제시했는데 뒤집으면 이에 부합하지 않는 사람은 출마를 포기하라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노 대통령이 일부 대선주자들을 잇따라 비판, 결과적으로 불출마로 이어진 상황을 떠올리게 한다.
게다가 14일 김대중 평화센터 주관으로 여의도 63빌딩에서 '6·15 7주년 만찬행사'가 예정돼 있는 데 DJ의 영향력을 과시하는 자리로도 비쳐진다. 범여권의 대선주자들은 물론, 당 대표와 중진, 자신의 정치 계보였던 동교동계 인사들까지 총출동할 예정이다.
서봉대기자 jinyo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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