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건설붐이 한창이던 10여년 전, 택지 개발지역의 은행 직원들은 고객의 옷차림만 보고도 돈을 빌리러 왔는지 예금을 하려는지를 알았다고 한다. 양복에 넥타이를 맨 깔끔한 차림의 십중팔구는 대출창구를 찾는 반면 고무신에 허름한 옷차림의 주머니에서는 거액의 예금이 들어 있었다는 것이다. '입은 거지는 얻어먹어도 벗은 거지는 굶는다'는 속담처럼 아쉬운 소리를 해야 하는 양복쟁이의 처지가 생생하게 전달되는 이야기다.
최근 들어서는 양복 대신 평상복 차림으로 근무하는 직장인도 늘어나고 있지만 옷차림만 보고도 직업과 계급을 알 수 있는 계층은 아직도 적잖다. 성직자들의 종교복부터 군복을 위시한 각종 관복, 항공사 승무원 복장과 학생들의 교복 등 제복의 수는 셀 수 없을 정도다. 초상집의 의례복과 스포츠 선수들의 경기복도 제복의 일종이며 근무복을 따로 만들어 입는 민간 기업체도 많다.
제복은 조직의 상징이다. 당연히 집단에의 소속감과 조직의 질서를 요구한다. 같은 색깔에 같은 모양새의 옷을 입음에 따라 저절로 동질성을 깨치게 한다. 죄수들의 수인복은 복종과 질서를 강제한다. 게다가 군복이나 경찰복 등 관복에서부터 교복, 종교복 등 대부분의 제복은 색깔과 장식으로 자연스레 상하를 구분한다. 밖으로는 같으면서도 안으로는 차이를 둔다.
군복은 같으면서도 다른 제복의 특징을 잘 보여 준다. 옷이 곧 계급을 상징, 상명하복을 강조한다. 성인 남자들의 가장 큰 화젯거리인 군대 이야기도 결국 제복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이른바 '빳다'도 제복의 산물이며 고생스런 군시절의 경험도 제복의 위력이 빚어낸 추억들이다. 군복만 입으면 사람이 달라진다는 우스개처럼 군복은 개인의 자유와 개성을 감추는 대신 명령과 복종의 질서를 요구했다. 상하간 질서에대한 벌칙이 강하다 보니 상급자의 명령에 하급자는 꼼짝없이 따라야 했다.
현직 경찰관이 자신이 근무하는 경찰서의 서장에게 폭행을 당했다며 직권남용 혐의로 고소하는 초유의 사태가 빚어졌다. 하급자의 진정에 욕설과 폭행으로 대응한 상급자를 처벌해 달라는 것이다. 계급이 낮다고 차고 때릴 수는 없다. 그러나 오죽하면 직속 상급자를 고소까지 했을까마는 무언가 찜찜함이 가시지 않는다.
서영관 북부본부장 seo123@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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