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19일은 우리나라 3대 명절 중의 하나인 수릿날이다. 단오는 중국식 표현이고 수릿날이 우리식 표현이란다. 수리라는 용어는 수리치 떡을 해먹어서 그렇다거나 태양이 머리 정수리에 오는 때라서 수릿날이라고 했단다. 음력으로 5월은 오월(午月)에 해당해 양의 이치인 홀수의 달과 날이 같은 수로 겹치는 것을 길일로 여겨 5월 5일을 명절로 정했다. 그래서 양기가 가장 센 날이라고 여겨 잡귀신을 물리치기에 가장 좋은 시기라고 믿어 부적을 써 붙이기도 했다. 귀신놀이든 뭐든 놀기만 하는 날이면 무조건 신나고 흥났던 수릿날에 대한 추억여행을 떠나보자.
수릿날이 되면 집에는 쑥이 넘쳐났다. 약쑥을 대문간 기둥에 걸어 놓고 쑥떡도 해 먹었다.그 약쑥으로는 우리가 회충이 많아선지 어쨌는지 모르겠지만 배가 아플 때면 달여 먹기도 한 약품 노릇을 톡톡히 했다. 수릿날 전에는 항상 쑥을 캐어 쑥떡을 해서 이웃과 나누어 먹고 아침에는 이슬 맺힌 싱싱한 창포를 송두리째 캐다가 잎은 삶아서 머리도 감고 목욕도 했다. 창포 뿌리는 깎아서 빨간 칠로 아름답게 만들어 누나의 머리에 꽂아 잡귀를 쫓는다는 액세서리가 되기도 했다.
동네 마당엔 그네타기, 널뛰기를 하였고 읍내 장터에선 씨름판이 벌어졌다. 다행히 마을이 큰 우리 동네엔 그네가 만들어지고 널판이 걸쳐졌지만, 작은 동네의 이웃들은 큰 동네까지 원정을 와야 했다. 원정 온 아이들이 오면 괜히 심술이 났다. 그만큼 그네 타는 대기 시간이 길어지기 때문이다. 원정 온 아이들은 자존심상 깡다구니를 부려야 했고 우린 우리대로 텃세를 부려야 했으니, 심심찮게 충돌이 빚어졌다.
동네 아주머니들이 쌍쌍으로(둘이서 타는 그네를 말함) 그네타기가 끝나면 조무래기들의 차례가 되었다. 먼저 타려고 싸움이 벌어지기도 하지만 저절로 시간이 지나면 그네 타는 순서가 정해졌다. 이웃 동네 아이 한 번, 우리 동네 아이 한 번, 이런 식으로 상당히 합리적이고 민주적으로 순서가 정해져 즐거운 그네타기 시간이 된 것 까진 좋았다. 그러나 그만 사고가 나고 만 것이다.
우리 동네 아이가 다음 순서인 이웃 동네 아이에게 밀어달라고 하자, 그네 탈 준비가 덜 된 아이의 등을 밀어버리자 그만 앞으로 고꾸라져버렸다. 울음소리가 터지고 그 아이의 얼굴은 이마며 콧등이며 거친 알로 사포질 한 것처럼 갈아 부쳐져 꼴이 말이 아니었다. 그 다음엔 아이들끼리 서로 엉겨 붙어 한바탕 패싸움이 벌어졌으니... 그 이후론 이웃동네 아이들이 수릿날이 되어도 오지 않았다. 저희 동네에 그네를 달고 놀았다는 얘기를 얼핏 들었다.
그네타기에도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아이들은 어떻게 하면 더 짜릿하게 놀 것인가를 궁리하기 때문이다. 그네를 꼬아서 풀리면서 타는 방법, 이 방법에도 혼자 타는 방법이 있고 둘이나 셋이서 타는 방법이 있다. 또 그네 판에 엎드려서 타거나 조금 간이 큰 아이들은 그네질을 하다가 뛰어내리기도 했다. 그러다가 더러 다리를 분질러 먹은 아이들도 있었다.
이제 그네 탈 아이도 없고 다리 분질러 먹는 아이도 없는 동네가 되어버렸지만 다행히 지자체 여러 곳에서 수릿제가 열린다는 소식이다.
지난 2월에 중요무형문화재 제44호 '한장군(韓將軍)놀이'의 명칭을 '경산자인단오제(慶山慈仁端午祭)'로 변경하고 오는 18일(월)부터 20일(수)까지 단오제로 처음 열 계획이다. 그동안 경산 자인지역에서는 지역 차원의 단오날 행사로, '여원무(女圓舞)', '호장굿(가장행렬)', '자인팔광대(慈仁八廣大)' 등으로 구성된 축제를 전승해 왔다. '한장군놀이'로 불려온 경산자인단오제는 한장군이 여원무를 추어 왜적을 유인 후 크게 무찔렀다는 이야기에서 유래했다. 이 여원무를 한장군놀이라고 부르며 지금까지 전승된 것이다.
이날 행사에는 여원무, 팔광대놀이,자인계정들소리,평양민속예술단공연,외국인페스티벌,전통군례의식, 마당극과 B_BOY공연이 펼쳐진다. 전통과 세계의 민속제가 동시에 소개되는 게 특징이다. 체험행사로는 민속놀이체험마당과 떡메치기, 한장군말타기 등이 준비되어 있다.
대표적인 강릉 단오제도 오는 24일까지 한창 열리고 있어 강릉 단오제 참가도 흥미롭다. 홈페이지www.danojefestival.or.kr
김경호(아이눈체험교육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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