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람&] 외과의사 강구정 교수

수술대에 누운 환자는 두렵다. 암이나 심장수술이 아니라 비교적 간단한 수술일지라도 두려운 마음을 지우기는 어렵다. 환자와 가족들이 번민하고 두려워할 때 외과의사들은 어떨까? 그들은 아무렇지 않게 기계적으로 판단하고, 기계적으로 메스를 들이댈까.

외과의사 강구정(계명대학교 동산의료원 외과학교실)교수는 그의 저서 '수술, 마지막 선택'을 통해 외과의사의 번민과 고통, 여러 가지 수술에 관한 이야기를 솔직하게 털어놓고 있다. 그는 놀랍게도 '나는 외과의사다'는 책으로 '2003년 올해의 논픽션상(민음사 주최)'을 수상한 사람이었다.

막걸리 집에 마주 앉은 강구정 교수는 인간적인 듯 하면서도 차가웠고, 유연한 듯 보이면서도 고집불통처럼 보였다. 환자를 대하는 모습도 그랬다. 그의 책에는 중환자에게 편지를 쓰고, 다정하게 위로하고 인사를 건네는 장면이 나오는가 하면, 망설이지 않고 위험한 결정을 내리는 모습도 나온다. 그가 환자에게 보낸 다정다감한 편지에는 이런 구절이 있었다.

'앞으로 어떻게 될 것 같냐고 물으신다면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중략)살아가시는 동안 즐거움과 평안함이 함께 하기를 기원합니다.'

그는 삶과 죽음에 대해, 외과의사의 숙명과 희망과 보람에 대해 이야기했다. 죽음을 눈앞에 두었던 환자가 회복했을 때 감격의 눈물을 흘렸고, 마른 오줌보에서 노란 오줌이 분수처럼 솟아났을 때 온갖 시름을 씻었다고 했다. 그러나 배운 대로, 원칙대로 최선을 다했지만 끝내 손아귀에서 생명이 빠져나가는 것을 지켜보아야 했을 때 고통스러워했다고 한다.

강구정 교수가 쓴 논픽션 '나는 외과의사다.'에는 그가 군의관으로 향로봉 근처 부대에서 근무하던 시절 일화가 담겨 있다. 김 대위와 함께 휴가를 나섰던 일행은 버스가 다니는 길까지 16km를 걸어가야 했다. 중간쯤에서 폭설을 만났고 일행 중 정 일병이 얼어죽은 사건에 관한 이야기다.

휴가 길에 폭설을 만나고 병사를 잃으리라고 누가 예상했겠는가. 그러나 정 일병은 죽었다. 김 대위는 다른 병사라도 살리기 위해 쓰러진 정 일병을 두고 달려가 구조를 요청한다. 배운 대로 원칙대로 최선을 다했다. 그러나 끝내 정 일병은 죽고 말았다.

'김 대위의 마음에는 굳은 신조가 있었다. 무슨 일을 하든 목표를 향해 꿋꿋하게 나아가지만 상황의 변화를 모두 예측할 수는 없기 때문에 변하는 상황마다 최선을 다하고, 그것에 따르는 결과는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이 이야기 속의 김 대위는 외과의사 강구정이 아니다. 그럼에도 외과의사 강구정과 김 대위는 동일인물처럼 보인다. 최선을 다하고 어려운 결정을 내리되, 어떤 운명이든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는 것이다. 강 교수는 수술 중 '실수'가 없었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여기서 '실수'란 '가장 적절한 판단'을 내렸느냐 하는 문제에 관한 것이다.)

"배운 대로 원칙대로 한다고 해서 결과가 같지는 않다. 부지불식간에 실수를 하는 경우도 있다. 세월이 지난 후에 적절한 판단이 아니었음을 깨닫고 고통스러워하는 경우도 있다. 지금까지도 모르는 실수가 있었을 수도 있다. 실수는 지금도 진행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집도하는 그 순간 의사는 최선을 다 한다. 의사가 생명을 두고 최선을 다하지 않겠는가? 일부러 실수하겠는가? 다행인 것은 갈수록 수술실패는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강구정 교수는 수술 중 사망사고가 발생할 경우 환자 유가족뿐만 아니라 의사도 매우 곤란해진다고 했다. 그래서 중재할만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외과의사는 욕먹을 일이 많은 의사라고 했다. 적절한 대가가 주어지지 않는다고도 했다. 그래서 '메스를 든 블루칼라'로 불리며, 의과대학생들이 외과를 기피한다고 했다. 그는 그러면서 "그래도 해야 할 일이 아닌가?"라고 했다.

강 교수는 경북대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계명대 동산병원에서 전공의 과정을 수료했다. 계명대 동산의료원 외과학실 교수로 재직중이며 간 담 췌장 질환 및 간이식 수술을 주전공으로 하고 있다.

◇ 강구정 교수가 쓴 책.

△ 수술, 마지막 선택=외과의사가 환자의 눈높이에서 들려주는 수술 이야기다. 일반인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쓴 수술 중심의 의학 대중서로 우리나라 사람이 자주 받는 30여 개 수술에 대해 풍부한 임상 사례와 저자의 경험을 토대로 설명하고 있다.

△ 나는 외과의사다=수련의 시절부터 외과 부교수 시절까지의 경험과 생각을 모은 책이다. 민음사 주관 2003년 '올해의 논픽션상'을 수상했다. 평생을 수술과 마주 서서 살아가는 외과의사들의 삶과 의료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담고 있다.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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