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雨요일은 이곳으로

비 오는 날은 선뜻 문 밖으로 나서기가 꺼려진다. 하지만 비를 제대로 즐기는데는 쏟아지는 빗줄기 속으로 걸어들어가 보는 것 만큼 좋은 방법이 없다. 우산을 받쳐들고 후두둑 떨어져내리는 빗소리를 들으며 한가로이 길을 걷다보면 맘 속을 가득 채웠던 고민들, 일상의 피로까지도 촉촉히 젖어들어 비와 함께 땅속으로 빨려들어가 버릴 것 같은 느낌이다.

▷월촌공원-대나무길이 아름다운 곳이다. 공원 둘레로 난 대나무길을 따라 우산을 쓰고 걸으면 빗방울이 들려주는 노랫소리를 들을수 있다. 바람이 들려주는 대나무 잎새 울음은 덤. 아이들과 함께라면 월곡역사박물관에서 잠시 비에 젖은 옷을 말리며 역사 공부를 해 봐도 좋을 것이다. 지하철 1호선 상인역에서 내려 송현주공 3단지 쪽으로 걷다보면 쉽게 찾을 수 있다.

▷월광수변공원

따가운 햇살을 피할 그늘이 많지 않아 여름철 산책로로는 매력적이지 않지만,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날이라면 호수에 빗방울이 떨어지는 모습을 감상하기 제격인 곳. 특히 장미가 많아 물방울을 잔뜩 머금은 싱싱한 줄장미가 장마로 지친 마음에 새빨간 강렬함을 선사해 주는 곳이다. 근처에 까페도 많아 산책로 걷기에 지쳤다면 커피 한 잔과 함께 호수를 내려다 보기에도 좋다.

▷팔공산 순환도로

비가 오면 팔공산은 신선들의 천국이 된다. 낮게 드리운 구름이 산 모롱이까지 내려와 어디까지가 하늘이고, 어디부터가 지상인지 경계가 불분명해지는 곳. 산 줄기 이곳 저곳에서 운해가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모습이 장관이다. 순환도로 한 가운데쯤 팔공산 학생수련원 올라가는 길 맞은 편 주차장에 차를 세우면 넓게 펼쳐진 포도밭과 그 뒤로 떼를지어 흘러다니는 운해의 모습을 감상하기에 좋다.

▷연암다원

도심 한 가운데 이렇게 여유로운 공간이 숨어 있다니! 한옥으로 된 건물이지만 전면을 통유리로 만들어 비 오는 풍경을 즐기기에 제격이다. 마당에는 수련이 담긴 질그릇이 곳곳에 놓여있어 하늘에서 떨어지는 축복을 고스란히 제 것으로 받아들인다. 전통차 한 잔을 마시며 비오는 날의 낭만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곳. 차를 가지고 곧장 찾아가기 보다는 경대병원 맞은 편 관음사 골목길을 걸어서 찾아가보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 같다.

▷진밭골

범물동 우방미진 아파트와 바로 연결된 도심속의 시골길이다. 불과 1-2분이면 복잡한 거리에서 단박 벗어나 계곡 속으로 바로 들어갈 수 있다. 비오는 날이면 길 끝까지 드라이버 코스로도 강추. 여유가 있다면 길가에 차를 세워두고 걸어보시기를- . 길가 개울에 물흘러 가는 소리에 귀가 뚫리고 마음까지 시원해 진다. 여유가 있다면 우산을 들고 개울가 서있어 보는것도 좋다. 가다가 커피 생각이나면 길 중간쯤에 있는 커피집을 들러보는 것도 괜찮다. 창유리를 통해 비오는 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만 봐도 운치있다. 이 커피집은 말이 커피집이지 다락방처럼 생겼다. 화려한 인테리어를 기대하였다면 처음부터 가지 않는 것이 좋다. 돌계단을 올라 낡은 문을 열고 들어가면 의자 몇개가 창가를 향해 있을뿐이다. 그런데 자연스러운 맛이 있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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