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얗고 매끄러운 피부를 가진 이혜미(가명·27·여) 씨는 여름만 되면 깊은 고민에 빠진다. 털이 많아 수영장 가기가 겁나는 것은 물론 민소매 옷이나 미니스커트를 입는 것조차 꺼려지기 때문. 털 때문에 오히려 피부색까지 어두워 보여 여름에도 하는 수 없이 바지를 입는다. 특히 다리에 난 눈에 띄게 굵은 털은 그녀를 더욱 속상하게 만든다.
날씨가 더워지면서 '털털한' 그녀들의 고민이 시작됐다. 민소매 옷이나 미니스커트 등 과감한 노출을 하는 옷이나 수영복을 입기 위해 몸의 털을 제거해야 하는 난처함이 바로 고민의 주범. 제모(除毛)의 이모저모를 들여다봤다.
▲눈물나는 털과의 전쟁
여성들이 제모를 가장 많이 하는 곳은 겨드랑이와 다리, 얼굴 등. 제모 방법도 천차만별이다.
왁스는 점성이 강한 액체 상태의 왁스를 열로 녹여 피부에 발랐다 굳으면 떼어내면서 털을 제거하는 방법. 피부에 밴드를 붙였다 떼어내면 체모가 함께 떨어져 나오는 것과 같은 원리다. 빠른 시간에 털을 없앨 수 있어 간편하지만 통증이 심한 편. 두 손 사이에서 10초 정도 데워 붙이는 제품은 20장에 1만 8천 원대, 전자레인지에서 10초 데운 뒤 사용하는 캐나다 수입제품(345g)은 4만 원대 초반. 최근엔 테이프 타입이 간편해 인기를 끌고 있다.
제모크림은 바르고 닦아 내면 털이 사라지기 때문에 통증이 없다. 롯데백화점 대구점 지하 2층 '더 페이스 숍' 숍매니저 박은영 씨는 "사용이 편리해 많은 여성들이 크림을 찾고 있다."며 "요즘에는 자신의 외모를 좀 더 예쁘게 가꾸려는 남자 손님들도 느는 추세"라고 얘기했다. 150g짜리가 8천 원대.
면도기는 통증 없이 간편하게 털을 밀어낼 수 있지만 2, 3일이면 다시 털이 자라나는 것이 고민거리다. 면도한 뒤 자라는 털은 단면의 굵은 부분부터 자라나기 때문에 면도 전보다 더 거뭇하게 보일 수 있다. 코밑에 난 솜털처럼 피부가 약한 얼굴 부위의 털은 뽑아내는 것보다 면도하는 것이 낫다. 8천 원대부터 2만 5천 원까지 다양하다.
제모기는 족집게가 빠르게 돌아가며 털을 잡아 뽑는 방식. 다시 체모가 자라는 데 걸리는 시간은 2주 정도다. 털을 뽑아내는 만큼 따끔따끔한 통증이 따른다. 아이스 쿨러를 장착, 통증을 완화시켜주는 제품도 있다. 10만 원대.
▲털, 영원히 안녕
일시적 제모를 떠나 최근엔 피부과를 찾아 레이저 영구제모술을 받는 여성들도 갈수록 느는 추세다. 레이저 제모는 다리털, 팔의 털, 겨드랑이 털, 콧수염이나 턱수염, 여성의 비키니 라인에 난 털까지 영구적으로 없앨 수 있다.
대구시 중구 동성로 요셉피부과 경우 2월부터 제모를 하려는 여성들이 몰리고 있다. 한두 달 간격으로 5회 정도 수술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여름에 맞춰 미리 수술을 받으려는 여성들이 병원을 찾는다. 류영욱 원장은 "20, 30대 여성들이 가장 많고, 수술하는 곳은 종아리와 겨드랑이가 대부분"이라며 "레이저로 모근을 터뜨려주기 때문에 영구적으로 제모가 가능하다."고 얘기했다.
평생 털 고민에서 해방돼 좋지만 비용이 만만치 않다. 겨드랑이 경우 1회에 15만~20만 원, 5차례에 걸쳐 영구 제모를 하는 데엔 70만~100만 원가량 든다. 치료 시간은 콧수염은 5분, 겨드랑이와 이마는 10분, 다리털은 30분 정도 걸린다.
▲부작용도 있어요
제모크림은 바르고 닦아 내면 털이 사라지기 때문에 통증이 없지만 각질이 같이 녹아 자극을 줄 수 있다. 또 화학약품이기 때문에 겨드랑이 등 민감한 피부 부위에는 부적합하다. 접착력이 강한 물질을 피부에 붙였다가 떼어내면서 털을 제거하는 왁싱은 접착력이 강해 피부 자극을 일으킬 수 있다.
제모와 관련된 가장 흔한 부작용은 모낭염이나 색소침착. 모낭염은 모낭에 세균이 침투해 화농성 염증을 일으킨 상태다. 두피에 많이 발생하지만 수염 부위나 겨드랑이, 다리, 눈썹 등에도 잘 생긴다. 털을 자주 뽑거나 면도 등 자극에 의해 모낭이 손상될 때 주로 발생한다. 모낭염이 있었던 자리에는 색소가 침착되기도 한다.
이대현기자 sky@msnet.co.kr
♠ 털의 좋은 점
일부 여성들이 털을 없애려 안간힘을 쓰지만 털이 갖고 있는 장점도 많다. 조물주가 인체의 모든 것을 다 쓸모있게 만든 것처럼 털 역시 여러 기능을 갖고 있다.
-태양의 직사광선으로부터 머리를 보호한다.
-외부로부터 오는 충격을 흡수한다.
-추위로부터 체온을 유지해 준다.
-눈썹은 땀이 눈으로 들어가지 않게 막아준다.
-속눈썹은 먼지 등의 이물질이 눈에 들어가는 것을 막는다.
-체내의 노폐물을 배출해 준다.
-촉각으로 인체를 보호한다.
-마찰을 줄여 준다.
-성의 특징을 나타낸다.
-코털은 먼지의 흡입을 막아준다.
♠ 털에 관한 Q&A
우리 몸에서 손바닥, 발바닥, 생식기, 입술 등의 점막을 제외한 모든 부위에 털은 존재한다.
일반적으로 사람에게는 약 500만 개의 털이 있다. 이 가운데 약 2%인 10만 개 정도가 머리카락이다. 머리카락은 하루에 약 0.2~0.5㎜ 정도 자라며 자르지 않고 자연 그대로 두면 약 1.5~2m 정도까지만 자라고 성장을 멈추거나 저절로 빠진다. 머리를 감거나 빗질을 할 때 머리가 빠지는데 정상적인 사람도 하루에 30~100개 정도 빠진다.
털의 많고 적음은 출생할 때 이미 정해진다. 털은 태아가 3개월이 지나면 머리, 눈썹, 그리고 입 주위에 생겨나기 시작해 털의 뿌리인 모근이 태아가 5개월 될 즈음에 모두 형성되기 때문이다.
이대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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