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에는 B형인 세 사람과 O형인 한 사람이 더불어 살아간다.
B형인 세 사람은 여름철만 되면 모기와 전쟁을 치르곤 하지만 O형인 한 사람은 끄떡없이 보낸다. 올해도 모기가 들어올까봐 방충망 사이 틈을 막아버린 지 오래됐다.
모두가 곤히 잠들어 있을 시간, 쿵쿵거리는 소리에 눈을 떠보니 조명이란 조명은 훤하게 다 밝히고 두리번거리는 B형 아빠.
앵앵거리는 모기 때문에 잠을 잘 수 없다면서 잡고 말겠다는 투지가 대단하게 보였다.
시간이 흘러갔고 눈떠보니 먼동이 틀 무렵이다. 내 머리 위로 그물망이 쳐져 있었다.
B형 아빠는 귓전에 앵앵거리는 모기소리 때문에 일어나기를 서너 번 하다가 결국엔 모기장을 드리우고 편하게 누웠다는 후문이다.
그러고 보니 B형인 세 사람은 모기에 물리면 퉁퉁 부어오르고 간지러워 참지를 못한다.
B형 피가 수박처럼 맛있는 걸까? 부스스한 눈으로 출근하는 B형 아빠는 배웅인사 답 대신
오늘은 까먹지 말고 모기를 다 잡아 놓으라는 숙제를 낸다.
올해도 우리 집 B형인 세 사람은 병원 신세를 지지 않으려면 모기장 속에서 여름날을 보내야 할 것 같다.
이동연(대구시 북구 복현2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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