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금융시장 빅뱅과 지방은행

자본시장 통합법이 15일 국회 재경위 금융소위를 통과했다. 재경위는 오는 20일 전체회의를 열어 이 법안을 의결할 예정이다. 은행과 증권 등 금융산업 간 칸막이를 허물어 한국판 대형 투자은행을 육성한다는 게 이 법안의 취지다. 따라서 국내 금융산업은 대변혁기를 맞게 됐다.

자본시장 통합법은 그동안 은행의 제동으로 법안 통과가 지연됐다. 은행들은 특히 증권사 어음관리계좌(CMA)에서 계좌 이체를 허용하도록 하는 조항을 반대해왔다. 법 시행으로 은행의 결제성 자금이 증권사로 이동하면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재경위 금융소위는 증권사 개인고객에 한해서만 계좌 이체를 허용하는 절충안을 마련했다.

어쨌든 자본시장 통합법의 국회 통과가 확실시됨에 따라 국내 금융시장의 빅뱅은 불가피한 상황이 됐다. 오는 2009년부터 이 법이 시행되면 우리도 골드만 삭스처럼 은행과 증권사, 자산운용사 업무를 한꺼번에 처리하는 초대형 투자은행의 설립이 가능하게 된다. 이를 위해 국내 은행과 증권사 등 금융회사들은 다시 한번 '생존을 위한 짝짓기'에 나설 것이다. 인수'합병(M&A)으로 몸집을 불리거나 전문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정해야 한다는 얘기다.

결국 금융시장의 양극화 현상이 더욱 뚜렷해질 수밖에 없다. 대형 은행들은 선택의 여지가 많으나 대구은행 등 상대적으로 자본금 규모가 적은 지방은행들은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게 된다. 대구은행의 경우 증권사 계좌 이체 서비스가 허용되면 대략 5조 원가량의 저원가성 예금(보통예금)이 이탈할 것으로 보고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한다. 이와 함께 자산운용사 설립, 투자은행 역할 강화 등으로 생존을 모색하는 것으로 보이나 이것만으론 부족하다.

대구은행은 지역 밀착 경영을 통해 창사이래 최대 당기순이익을 기록했으나 은행업계 최고 수준의 예대마진을 고수하는 등 지역 기여도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지역 금융회사들의 잇단 퇴출로 지역민들의 대구은행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졌음에도 이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화언 행장은 정글에는 코끼리뿐만 아니라 토끼도 산다며 '작은 은행'의 역할을 강조해왔다. '작은 지방은행'이 생존을 보장받는 첩경은 지역 기여도를 더욱 높이는 데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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