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정치권에서 '잃어버린 10년' 논쟁이 한창이다. 잃어버린 10년이라면 1980년대 일본 경제 침체기를 일컫는 말인데 한국에서도 같은 표현으로 비슷한 논쟁이 일고 있으니 아이로니컬하다. 아니 일본은 그 10년을 넘어서 지금 '번영의 시대'를 구가하고 있는데 마치 남의 나라 舊習(구습)을 가지고 왈가왈부하는 것 같아 자존심 상하는 일이지만 사안이 그렇게 간단하지만은 않다. 논쟁의 핵심은 한국의 지난 10년이 '허송세월'인가, '수확의 계절'인가에 대한 가치 판단 여부다.
판단에 앞서 여기에 두 석학이 등장한다. 먼저 정확한 미래 예측으로 유명한 프랑스의 경제학자 자크 아탈리. 몇 년 전 '미래의 물결'이라는 저서에서 18년 후 한국의 모습을 예견했다. 즉 2025년도에는 세계 11개 국가가 네트워크를 지배하는데 한국은 자랑스럽게도 그 '일레븐'에 포함된다는 것.
그가 며칠 전 한국을 방문했다. 한국의 역동성이 좋아 자주 방문한다는 그는 "한국이 인터넷 분야에서 혁신을 거듭한다면 온라인과 이동통신 시장에서 세계적인 리더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인터넷에 능숙하고 신기술을 쉽게 받아들이는 한국인의 '얼리 어댑터'인 점을 부러워했다. 그는 유목민들의 특성인 '노마디즘'을 현대의 '유비쿼터스'와 결부시키면서 한민족의 강점을 은근히 추켜세워준 사람이다.
또 한 사람은 같은 경제학계의 영국 케임브리지대 장하준 교수. 최근 '악한 사마리아인'이라는 책을 펴냈다. 그는 "이윤만 좇는 주주자본주의의 팽배로 한국 기업들이 단기 이윤과 배당률에 집착하면서 외환위기 전 국민소득 대비 13∼14%에 이르던 설비투자가 이제 7%로 떨어졌다"며 "이런 식으로 가면 한국은 영원히 프리미어리그에 못 들고 그저 그렇게 사는 나라로 끝나고 말 것"이라고 걱정했다. 그는 몇 년 전 저서 '사다리 걷어차기'에서 선진국은 후진국이 올라오는 것을 마치 위에서 사다리 걷어차듯 방해한다며 선진국 진입의 어려움을 강조했다.
같은 경제학자의 시각이 이렇게 다르다. 그런데도 대선 후보들은 너나없이 아탈리식 장밋빛 전망을 펼쳐놓기에 바쁘다. 그런데 국민들은 외국인 아탈리의 '칭찬'보다 장교수의 '쓴소리'가 더 가슴에 와 닿는다. 왜일까. 선진국의 꿈은 요원한가.
윤주태 중부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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