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신천을 낭만의 장소로

현재 신천은 아침이면 운동을 하는 사람들로, 휴일에는 자전거를 타거나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는 사람으로 생기가 돈다. 그러나 늦은 저녁이면 죽은 개천이다. 또한 이곳을 찾는 대다수가 지역 주민에 불과하다.

신천을 청계천처럼 만드는 방법은 없을까? 퇴근길 차 안에서 혼자 고민하다 궁여지책으로 생각해 낸 것이 '다리를 놓으면 어떨까.'하는 생각이다. 강변을 따라서 나무로 다리를 놓고, 거기에 청사초롱을 밝혀 놓으면 나름대로 운치가 있을 것 같다.

더욱이 구간마다 다리도 특색 있게 만들고, 이름도 운치 있게 지어서 붙인다면,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나 프러포즈 장소로도 최고가 되지 않겠는가? 그리고 아이들에게는 자연의 놀이공간이 되고, 어른들은 옛 향수를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지금은 누구나 알고 있듯 '문화의 시대, 관광의 시대'이다. 그래서 각 지자체들은 앞 다투어 행사를 만들고 많은 돈을 쏟아 붓기도 한다. 그러나 모두가 독창성이 없는 비슷한 행사로 일관해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신중하게 모범 답안을 제시하고 있는 축제들을 살펴보자. 먼저 춘천의 '마임축제'의 경우, '마임'이라는 장르도 매력이 있지만 소양 댐과 인근의 천혜자연이 사람들의 발길을 끌게 한다. 안동의 '탈 축제' 역시 마찬가지다. 유교문화의 역사적 현장들이 '탈'과 함께 축제 속에 녹아 있는 것이다. '경주 엑스포'도 역시 마찬가지다. 천년 고도 신라의 숨결이 세계인의 발길을 끌어들이고 있다.

이에 반해서 '대구는 어떤가?' 축제는 많다. '컬러풀 축제' '오페라 축제' '뮤지컬 축제' 등. 하지만 이러한 축제와 연계해서 관광객을 불러 모을 수 있는 자연적· 환경적·역사적 자산이 없다. 이것이 결국은 집안 잔치로만 끝나게 만드는 결정적 약점이다.

그래서 인위적으로라도 이러한 것들을 만들어야 한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청계천'이지만 지금은 우리 국민 누구나 한번쯤 가보고 싶어하는 관광자원이 되었다. 어차피 역사적 자원은 만들어 낼 수가 없는 것이지만 자연적·환경적 자원은 창조성과 노력 여하에 따라서 얼마든지 개발해 낼 수가 있는 것이 아닌가? 대구에 새 활력을 불어넣는 일에 시민 모두가 나서야 할 때이다.

공정욱(치과의사·극단 '마카' 제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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