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가로수가 도시 미관 바꾼다

5년마다 '조성계획' 의무화…지자체 특성화 경쟁

▲ 전국은 지금 가로수 특화 경쟁 중이다. 지난해부터 사각 박스 모양의 이국적 가지치기로 새 단장한 대구시 수성구 수성로 플라타너스 가로수.
▲ 전국은 지금 가로수 특화 경쟁 중이다. 지난해부터 사각 박스 모양의 이국적 가지치기로 새 단장한 대구시 수성구 수성로 플라타너스 가로수.

#1.충남 천안시는 전국에서 처음으로 일명 '가파라치' 제도를 도입했다. '가파라치'란 가로수를 훼손하는 이들을 신고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 천안시는 3월 '가로수 조성·관리에 관한 조례안'의 입법 예고에서 최고 40만 원 이하의 보상금을 가파라치에게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2.지난달 서울 중구청은 소나무 특화거리 계획을 발표했다. '시야가 가린다.'는 민원이 많은 버즘나무(플라타너스)를 소나무 가로수로 대체해 거리의 품격을 업그레이드하겠다는 것. 이에 따라 서울 중구엔 2010년까지 19개 노선, 3천324그루의 소나무가 심어진다.

#3.대구 수성구 효목로, 만촌로, 명랑길(경남타운네거리 주변) 3개 구간 플라타너스 가로수는 올 초부터 이색 치장에 한창이다. 똑같은 높이에 똑같은 사각 박스 모양으로 가지치기가 진행 중인 것. 1억 2천만 원의 적지 않은 돈이 들지만 효과는 만점이다. 시야 방해라는 민원을 완전히 해소하면서 도시의 아름다움까지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 김영창 수성구청 녹지 담당은 "아름답기로 유명한 프랑스 샹젤리제도 가로수 '정육면체' 모양의 가지치기를 통해 더욱 빛나고 있다."며 "주민 반응이 좋아 지난해 수성로에 이어 두번째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국 지자체마다 가로수 특화 사업이 한창이다. 도시 경관의 핵심 요소로 가로수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는데다 '가로수조성 관리계획'이 5년마다 한번씩 의무화되면서 가로수를 보호하고 특색 있게 만드는 각양각색의 아이디어 사업들이 쏟아지고 있는 것. 이 계획은 지난해 8월 시행된 산림자원의 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근거하고 있다. 이 법률 시행 이전, 가로수는 도로부속물로 관리주체가 건설교통부와 지자체로 이원화돼 있었지만 새 법률은 지자체가 모든 관리를 전담하고 5년마다 한번씩 관리 계획을 세우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산림청은 올 초 대구를 비롯한 전국 지자체에 가로수 생태 현황 분석, 가로수 네트워크, 특색 있는 가로수 거리, 가로수 보호시설 개선 등에 대한 세부 지침을 전달했다.

대구시도 이달 말쯤 생육환경개선과 가로수 특성화 사업에 나선다. 첫 도입되는 생육환경개선 사업을 주내용으로 하는 가로수 관리계획을 확정할 예정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도시의 나쁜 공기와 아스팔트 때문에 가로수의 수명은 25~30년"이라며 "10월쯤 화랑로 시범구간 300m에서 가로수 주변 인도블록을 걷어내고 질 좋은 토양을 깐 뒤 에코 파이프(영양분 공급 통로)를 연결해 나무들이 마음껏 뿌리 내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줄 계획"이라고 했다.

가로수 특성화 사업은 말 그대로 특색 있는 가로수를 심는 일. 대구시에 따르면 16만 9천 그루의 대구 가로수 가운데 은행, 양버즘, 느티, 왕벚나무 등 4종이 전체의 77%를 차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시는 수명이 다하는 구간의 가로수를 피나무, 물푸레나무, 대왕참나무 등으로 특성화해 단조로운 가로 환경에 변화를 주기로 했다.

대구 지자체 녹지 담당들은 "가로수 관리는 아무리 잘해도 한계가 있다.며 "도심의 생명수를 아끼고 사랑하는 선진 시민 문화가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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