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문경 오미자 공동브랜드 억대 예산 낭비

문경시가 지역실정을 무시하고 섣부르게 특산품인 오미자의 공동브랜드 '레디엠'(사진)을 만들어 억대 예산을 낭비했다.

문경농업기술센터는 지난해 11월 한국디자인진흥원에 시비 1억 1천만 원을 주고 용역을 의뢰해 오미자 공동브랜드인 '레디엠'을 만들었다.

당시 시는 "레디엠의 기본·응용 70여 종 상표를 지역 13개 오미자 가공업체가 만든 음료와 다류, 약주, 한과, 제과제빵, 햄, 청국장, 단무지 등에 부착해 국내외 시장에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8개월이 지난 6월 현재 아직까지 레디엠 상표를 부착한 오미자 관련 상품은 단 한 개도 출시되지 못하고 있다.

농업기술센터측은 "주원료가 오미자로 고품질·국제식품규격에 준하는 생산환경을 갖춰야만 레디엠을 부착할 수 있다."면서 "아직 자격이 되는 상품이 없지만 수개월 뒤 한 개 상품에 부착될 수 있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최근 10여 년간 만든 전국 지자체 농산품 브랜드 가운데 90% 이상이 실패작"이라며 "마구잡이로 허가를 내주면 브랜드의 생명력이 사라지게 돼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역에서 이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브랜드를 붙일 만한 수준의 상품 출시는 요원한데 의욕만 앞세워 공동브랜드를 만들었을 뿐 아니라 세월이 흘러 유행이 바뀌면 상표 디자인을 다시 수정하는 등의 이중 부담도 우려된다는 것.

특히 농업기술센터는 어떤 상품에 레디엠을 부착하는지에 대한 시 조례도 아직 만들지 않고 있다.

오미자 관련 A업체는 "사용도 못하는 공동브랜드를 왜 만들었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터트렸고 사회단체 한 관계자는 "열악한 시 재정 상태에서 억대 예산은 적은 돈이 아니다. 상표를 사용도 못하고 레디엠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문경·박진홍기자 pjh@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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