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정부, 대입 내신 난리 더 이상 확대 말라

때아닌 대학입시 내신 난리다. 대통령 후보 경선처럼 자기네들끼리의 치고 받기가 아니다. 치고 받는 교육부와 대학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대입을 앞둔 수험생.학부모 모든 자녀를 둔 국민들이 마음을 졸이며 지켜보고 있다. 있던 난리도 수습되고 정리돼야할 시기에 반대로 더 확대되는 양상이니 이 나라 교육 정책은 학생.학부모의 끝없는 고통을 요구하는 것 같다.

사립대학들의 이른바 내신 무력화 기도는 대통령과 정부의 총공세로 사실상 찻잔 속의 태풍처럼 사그라지는 듯 했는데 느닷없이 서울대 내신으로 불길이 번지고 있다.

정부가 사립대의 기도를 분쇄한 여세를 몰아 내친김에 확실하게 대학들을 길들이겠다는 발상이 아니고선 이럴 수가 없다. 대한민국의 학생.학부모는 안중에도 없다는 것인가. 고래싸움에 새우 등터지는 것도 정도가 있다. 조령모개식 난리를 연례 행사처럼 벌이며 국민들을 교육 도탄 상태로 몰아넣고 있지 않은가.

사립대학의 내신 기조 변경 기도는 그 배경이 어떠하든 그들 스스로 기왕에 인정했던 방법을 갑자기 뒤엎었기에 비판을 받아 마땅했다. 수험생들의 혼란을 가볍게 여긴 경박함 때문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서울대의 내신 1, 2등급 만점 처리 방식을 기왕에 승인했던 교육부가 갑자기 표변한 것도 수험생과 학부모에게 고통을 주는 독재적 발상이 아닐 수 없다.

노무현 대통령과 정부의 고집만큼 내신이 공교육 정상화에 얼마나 기여할지, 기여보다는 공교육의 문제와 학생.학부모의 고통을 가중시키게 될 지는 두고 봐야 한다. 어떤 제도도 교육 현장의 능동적인 의지와 열의 없이는 교육 정상화커녕 부작용만 더 확산시킬 소지도 있다. 내신을 포함한 대입 문제는 최소 3년 이후를 목표로 보다 심도있는 논의가 필요하다.

그러나 당장은 내신 난리가 수습돼야 한다. 입시지옥에 허덕이는 수험생과 학부모들에게 더 이상을 고통을 줘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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