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IT꿈나무를 키워라)"학부모 잘못 인식이 교육 걸림돌"

▲ 유인환 대구교대 정보영재원 교수는 컴퓨터 프로그래밍은 논리적 사고력과 창의력을 키울 수 있는 훌륭한 도구수업이라고 강조했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 유인환 대구교대 정보영재원 교수는 컴퓨터 프로그래밍은 논리적 사고력과 창의력을 키울 수 있는 훌륭한 도구수업이라고 강조했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우리나라 영재 교육의 초점이 입시에 유리한 과목에만 한정돼 있는 현실이 안타까울 따름이죠. 공부 잘하는 천재만 존재할 뿐 진정한 의미의 영재를 키워내기 힘든 이유는 바로 이런 사회적 인식 때문입니다."

지난 13일 대구교대에서 만난 유인환 정보영재교육원장은 정보 영재 교육의 중요성을 묻는 질문에 이런 답답함부터 토로했다. 40명의 초등학교 5, 6학년생들이 매주 수업을 듣고 있는 대구교대 정보영재교육원은 경북대 정보영재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기초적인 교육을 수행하고 있는 기관. 유 교수는 해마다 지원 경쟁률이 떨어지고 있다며 이만저만 걱정이 아니었다.

"'학원 다닐 시간이 부족해서 안 되겠다.'며 중도에 아이를 영재원에 그만 다니게 하시는 학부모님들도 계세요. 정보 영재 교육에 대한 인식이 별로 나아지지 않았다는 증거죠."

그는 IT·정보 교육, 특히 컴퓨터 프로그래밍은 창의성과 논리적인 사고력을 길러주는 훌륭한 도구인 동시에 학교 공부에도 큰 도움이 되는데 이를 제대로 이해하는 학부모들은 소수에 불과하다고 했다. 유 교수가 지적한 정보 교육에 대한 학부모들의 오해는 크게 두 가지.

"정보 영재원은 컴퓨터 잘 하는 학생들이 들어온다고 알고 계시는데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영재원 기초반 선발 때는 컴퓨터 지식조차 묻지 않아요. 대신 논리적인 사고력과 잠재력을 테스트하죠. 올림피아드 대회에만 관심을 두다 보면 문제 푸는 데만 익숙해지는 우를 범하기 십상입니다."

유 교수는 이런 의미에서 일부 사설 학원에서는 질 높은 정보 교육을 수행하기가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정보 영재 교육은 컴퓨터 활용능력을 높이거나 수상 경력을 따는 것보다 컴퓨터를 이용해 복잡한 문제의 답을 찾고 그 과정에서 심화된 사고력을 기르는 자체에 목적이 있다는 것이다. 그는 굳이 '컴퓨터 과학'이라는 이름을 붙여가며 차이점을 거듭 강조했다.

"물론 처음부터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잘 하는 경우는 드뭅니다. 복잡한 컴퓨터 언어가 생소하기도 하고 상당한 수학적 이해도도 있어야지요. 바로 이런 이유들 때문에 정보 교육이 외면받고 있는데, 그건 가르치는 방식의 잘못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유 교수는 과학완구용 로봇을 수업에 활용해 학생들의 흥미를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로봇에 특정한 동작을 하도록 지시하는 프로그램을 전송해 명령대로 움직이게 하는데, 학생들은 컴퓨터 앞에 오래 앉아있기보다 로봇을 만져보고 어떻게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할지 계속 생각해보는 훈련을 하게 된다. "학생들이 자판을 두드리기 전에 손으로 직접 써보게 하면 생각이 더 신중해지기 마련이죠."

기초반 학생들은 첫 학기 동안 달리기 로봇, 물건 옮기기 로봇, 춤추기 로봇, 축구 로봇, 길 찾기 로봇 등 다양한 로봇을 만들게 하고 보고서를 제출하게 한다. 시행착오를 반복하면서 스스로 답을 구하는 과정이다. 로봇 만들기로 프로그래밍에 대한 재미와 이해가 늘어나면 컴퓨터 연산, 함수, 논리퍼즐, 올림피아드 문제 풀이, 알고리즘, 통계 등 본격적인 정보 교육이 이어진다.

유 교수는 "정보 교육이 일부 영재에 한정되지 않고 일반 학생들에게도 폭넓게 전파되려면 교사들이 먼저 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보 연수에 대한 교사들의 호응은 매우 낮은 형편"이라며 "앞으로의 연수는 정보 교육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간단한 프로그래밍이라도 수업 도구로 쓸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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