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꿈을 물어보면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과학자다. 과학자는 어린이들에게 늘 동경의 대상이다. 그런데 요즘 초등학생들에게는 과학자도 다 같은 과학자가 아닌 모양이다. 항공물리학자가 되겠다, 생물학자가 되겠다, 유전공학자가 되겠다 등 과학자의 길은 더 세분화하고 있다. 예전에는 과학자면 다 과학자인 줄로만 알았다. 아이들의 꿈이 이처럼 구체적이 될수록 자신이 원하는 바를 제대로 알고 있다는 생각을 하고 보면 이런 현상은 오히려 반길 만한 것일 테다.
그런데 아이들은 왜 과학자를 꿈꿀까. 위인 가운데 과학자가 많아서일까. 아니면 자신의 목표를 향해 묵묵히 걸어갔던 그들의 듬직한 뒷모습, 좌절 앞에 더욱 강해지는 그들의 뜨거운 열정 때문이 아닐까. 신간 '20인의 과학자 편지(고수유 글/거인 펴냄)'는 그런 과학자들이 어린이들에게 보낸 스무 통의 생생한 편지를 묶은 책이다.
과학자 각자가 1인칭 화법으로 전하는 일화와 교훈은 두꺼운 위인전 한 권에서 엑기스만 뽑은 느낌이다. 위대한 과학자라면 뭔가 대단한 사람이라는 생각에 미리 주눅이 들기 십상이지만 이 책은 역사를 바꾼 위대한 공식이나 발견보다 그들이 지녔던 철학에 더 주목하고 있다. 역경 앞에 굽히지 않는 믿음, 때로는 엉뚱한 일화도 곳곳에서 발견된다. 이런 인간미가 그들의 위대함을 더 빛내는 것이 아닐까.
에디슨은 말한다. "사람들이 한 가지 목표에만 집중한다면 그들 역시 성공할 수 있겠지. 문제는 사람들이 목표라는 것을 갖고 있지 않다는 거야. 다른 모든 것을 포기하고 쓸 수 있는 모든 시간을 투자할 만한 단 한가지 목표 말이야."
스티븐 호킹은 21세 때 루게릭 병에 걸려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는다. 우주의 신비를 밝히고 싶어했던 젊은 천체물리학자는 포기할 수도 있었지만 "내겐 아직 2, 3년이라는 시간이 남아 있다. 이 정도 시간이면 충분히 빅뱅이론을 정리할 수 있어!"라며 스스로 용기를 북돋운다.
플레밍이 푸른 곰팡이를 발견한 일화는 우습기까지 하다. 자신의 콧물이 떨어진 실험 접시에서 푸른 곰팡이가 발견됐던 것. 이 푸른 곰팡이가 세균의 번식을 막았다는 것을 깨닫는 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20세기의 위대한 발견이 실현되는 순간이었다.
책에는 이들 외에도 아르키메데스, 파브르, 찰스 다윈, 지석영, 우장춘, 허준, 아인슈타인, 이휘소 등 과학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던 위인들이 저마다 소중한 한 마디씩을 독자에게 전하고 있다. 언제 태어나서 무슨 발견을 했다는 일대기식 위인전에 비해 메시지가 간결하다는 것이 장점인 동시에 단점도 될 수 있을 듯하지만, 한 권으로 여러 위인들을 만난다는 점만으로도 퍽 매력적이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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