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대구시교육정보원 주최로 열린 '대구시 정보올림피아드' 경시대회에서 초·중·고 부문별 대상을 수상한 세 학생들을 만나 공부 방법을 들었다. 자타가 공인하는 컴퓨터 프로그래밍의 도사라는 이들이지만, 컴퓨터 앞에서 보내는 시간은 하루 평균 1, 2시간으로 일반 학생들과 비슷했다. 이들은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열심히 하다 보니 창의적 사고나 논리적 사고력이 길러져 교과 공부에 큰 도움이 됐다."고 입을 모았다.
▶정보 영재, 이렇게 공부했어요
고등부 대상을 탄 김영석(17·대구과학고2년) 군은 초등학교 6학년 때 정보처리기능사 자격증을 따면서 컴퓨터의 세계로 빠져들었다. 이즈음 부모님으로부터 올림피아드 준비를 권유받았고 경북대 정보영재반에 입학하면서 프로그래밍의 매력을 알게 됐다.
"중학교 1, 2학년 동안 매주 토요일 오후 4시간씩 영재반에서 교수님들로부터 컴퓨터 언어와 알고리즘에 대해 배웠어요. 전산 관련 수학 실력이 늘어나니까 수학적 사고력도 길러진 것 같고 내신에도 자신감이 붙었습니다."
올림피아드 출전을 위해 방학 때는 2, 3주가량 학원 수업을 듣기도 했다. 대회를 앞두고는 주말을 이용해 3, 4시간씩 집중적으로 문제를 다뤘다. 김 군은 해외 정보올림피아드 학습 사이트를 자주 이용하는 편이라고 했다. 이들 사이트에서는 제시된 문제를 풀어 해답을 올리고 그 자리에서 정답을 확인할 수 있다.
공부 스타일은 어떨까. "일단 문제를 받으면 손으로 먼저 문제를 풀지 않아요. 대신 머릿속으로 순서도를 그리는 기분으로 답을 찾는 과정을 그립니다. 머릿속으로 다 정리가 되면 그때 노트에 적거나 컴퓨터 앞에 앉습니다." 정보 분야에 꿈을 가진 학생들에게 줄 만한 도움말을 물었다. "특히 수학실력을 잘 닦아야 합니다. 내신에 충실하면서 심화 문제를 꼭 다뤄봐야죠."
중학생 부문 대상을 받은 류형욱(13·이곡중1년) 군은 13일 대구 성서초등학교에서 열린 청소년 과학대회 전자기계 부문에 출전할 정도로 컴퓨터 과학 분야에 푹 빠져 있다. 류 군은 7세 때 책을 참조해 자신의 홈페이지를 직접 만들었고 친구집의 고장난 컴퓨터를 분해해 수리를 시도할 정도로 컴퓨터를 좋아했다는 것. "6학년 겨울방학 때 전문 학원에 다녔어요. 컴퓨터 프로그래밍이 처음에는 생소했지만 답을 이끌어내는 과정이 너무 재미있어 하루 종일 붙들고 있을 때도 있었어요." 류 군 역시 초등학교 5학년 때 대구교대 정보영재원을 다녔고 6학년때 경북대 과학영재원에 입학, 현재 물리를 전공하면서 공부에 도움을 얻고 있다.
초등부문 대상 수상자인 정태호(12·화남초6년) 군의 경우 지도교사가 "영재성이 다분하다."고 칭찬할 정도로 수학적 사고능력이 뛰어나다. 5학년 때부터 대구교대 정보영재원에 다니고 있는 정 군은 프로그래밍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학교 공부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박기문 화남초 교사는 "태호는 복잡한 문제 풀이 단계를 자기만의 방식으로 줄여서 답을 끌어내는 힘이 돋보인다.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통해 사고력이 크게 길러진 것 같다."고 말했다.
▶정보영재, 교육 여건은 태부족
IT분야에 영재성을 지녔거나 전산 전문가의 꿈을 키우고 싶어도 마땅한 교육기관을 찾지 못해 학원으로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는 것이 컴퓨터 분야 교육의 현실이다. 그러나 소수 학원을 제외하고는 워드프로세서, 엑셀 등 컴퓨터 활용능력을 키워주거나 자격증 시험을 도와주는 것이 고작이어서 고차원의 프로그래밍을 통한 사고력 개발이라는 정보 영재 교육의 취지와는 거리가 멀다.
대구에서는 경북대 영재원과 대구교대 영재원에서 각각 40명의 학생들을 선발해 기초, 심화 과정으로 나눠 컴퓨터 언어와 프로그래밍 교육을 하고 있을 뿐이다. 지역 교육청에는 정보 영재 프로그램이 없다. 시 교육청, 지역 교육청, 대학 영재원 등에서 운영 중인 수학, 과학 영재 프로그램에 2천여 명의 학생들이 몸담고 있는 것과는 극히 대조적이다.
유인환 대구교대 컴퓨터교육과 교수는 "초창기(2003년 무렵) 3대 1가량이던 정보영재원 경쟁률이 최근에는 1.5대 1 정도로 떨어졌다."며 "사정이 이렇게 된 데는 정보 분야 지식이 학교 성적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다는 학부모들의 오해도 한몫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경북에서는 안동과학대학이 유일하게 2003년부터 IT영재만을 위한 정보영재교육원을 설립, 매년 60명의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이곳 경우 초교 4학년부터 중학생까지를 대상으로 기초반, 언어반, 자료구조반, 알고리즘(컴퓨터를 활용한 문제 해결 방법)반을 운영하고 있다. 안동과학대 영재원 측은 "전체 학생 중 60%가 초등학생이며 매년 3대 1가량의 입학 경쟁률을 보이고 있다."며 "IT 꿈나무들을 위한 교육여건은 수학, 과학에 비해 매우 척박한 형편"이라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개정된 정보통신교육운영지침이 내년부터 적용되면서 초등학교 5, 6학년 때부터 컴퓨터 프로그래밍 교육 등을 교육과정에 도입할 예정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황규덕 대구시 교육청 정보기획 담당 장학관은 "IT교육 저변 확대를 위해서는 교사 양성이 최우선 과제"라며 "지역 교육청에 정보 영재 양성 프로그램을 설치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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