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실시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모의평가에서 언어영역이 2007학년도 실제 수능시험보다 어렵게 출제되자 많은 학생들이 혼란에 빠졌다. 11월 수능에서도 문제가 어려우면 상위권을 비롯한 대부분의 수험생들에게 언어가 입시의 성패를 결정하는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언어영역은 과목 특성상 단기간에 성적을 올리기가 어렵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에 고민이 더욱 크다. 입시전문가들이 말하는 효과적인 언어영역 학습법에 대해 알아본다.
▨ 6월 모의평가 출제 경향
이번 모의평가는 문항 수가 60문항에서 50문항으로 10문항 줄고, 시험 시간도 90분에서 80분으로 10분 줄어드는 2008 수능 언어 영역 체제에 맞추어,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주관으로 실시된 첫 시험이었다.(3월과 4월의 전국연합학력평가는 교육청 주관) 그런 만큼 2008 수능의 전반적인 체제나 출제 경향, 난이도 등을 예측해 볼 수 있는 중요한 시험이라 할 수 있다. 문항 수가 줄어들었기 때문에 각 제재별 문항 수에서 2007 수능과 약간 차이를 보였으나 전반적인 체제나 출제 경향, 제재별 배점 등은 기존의 추세와 흐름을 유지한 시험이었다.
▷ 문학 제재 지문
·현대시에서 출제된 김소월의 '나의 집'을 제외하고는 18종 문학 교과서에 수록된 작품들이 출제되었다. 그리고 현대 소설이나 고전 소설의 경우 제재 특성상 예년에는 지문 분량이 약간 긴 편이었으나, 이번 시험에서는 지문이 그다지 길지 않아서 독해 시간은 충분했을 것이다.
·고전 시가와 수필이 한 지문으로 묶여 출제되었던 2007 수능과 달리 이번 시험에서는 현대시와 고전 시가가 한 지문으로 묶여 출제되었고 [김소월 '나의 집'(현대시) + 윤동주 '길'(현대시) + 월명사 '제망매가'(고전 시가 - 향가)], 수필 대신에 희곡 [황석영 원작 '한씨연대기']이 출제되었다.
·작품의 내용 및 특성을 파악하여 이해·감상 능력을 평가하려는 취지의 문항들이 중시된 편이다.
·현대 소설에서 서술 시점을 도식화하여 제시한 후, 그 변화된 시점에 맞게 서술한 형태를 찾는 25번 문항은 기존의 유형을 변형·응용한 비교적 참신한 문제로 보인다.
▷ 비문학 제재 지문
·2007 수능과 비교할 때, 언어 영역 전체 문항 수가 줄어들었기 때문에 과학, 기술, 언어 제재에서 한 지문에 3문항이 출제되었다.(최근 수능에서는 한 지문에 4문항 이상이 출제)
·전체적으로 볼 때, 정보 및 자료의 이해·분석·종합·적용·추리·비판 능력을 평가하려는 취지의 문항 유형들이 고루 출제되었다.
·예술 제재에서 출제된 49번 문항은 지문에서 설명한 특정 관점이 잘 드러나는 현대시 작품을 찾는 유형인데, 그 관점의 내용을 이해하는 것이 어렵다기보다는 판단 기준을 설정하는 것이 애매하여 문제 풀이에 어려움을 겪은 학생들도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 학습 방법
▶ 전반적인 유의사항
많은 수험생들이 문제집을 아무리 풀어도 별로 효과가 없다고 어려움을 호소한다. 문제집이 제시하는 학습 방법은 주로 분석적 기교를 중시하기 때문이다. 언어영역 시험에서 고득점을 하기 위해서는 분석적 풀이 요령도 중요하지만 전체 글에 대한 직관적 이해력과 종합적 판단력이 함께 작용하는 독해력이 있어야 한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어떤 생소한 지문이 주어지더라도 그 내용을 파악할 수 있도록 독해의 원리와 요령을 익히는 것이다. 평소 공부를 할 때 언어영역 전반의 광범위한 내용들을 암기하려 하지 말고 주어진 글을 해석하고 감상하는 기본적인 방법을 다시 정리·확인하면서 실전문제 풀이를 통해 언어 감각의 배양과 시간 안배 훈련 등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6월 평가원 모의고사의 출제경향을 검토하며 다양한 학습방법을 다시 한번 음미해 보면 구체적인 학습 방향을 알 수가 있다.
▶ 어휘
언어영역에서 어휘는 어휘력을 묻는 유형의 문제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어휘를 모르면 지문의 정보 자체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어휘력은 단시간에 향상될 수 없다. 다양한 제재의 글을 읽거나 문제를 풀면서 모르는 어휘는 반드시 사전을 통해 의미와 함께 다양한 쓰임을 익혀야 한다. 아울러 한자 성어와 속담 등은 노트를 만들어 활용하는 것이 좋다. 언어영역에서 어휘는 기본이다. 어휘를 모르면 무기에 대한 사용법을 모르고 싸움에 임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 장르별로 학습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지만, 문학 제재의 경우 장르에 따라 자주 출제되는 문제 유형들이 있다. 이러한 유형들의 감(感)을 익혀 학습 과정에서 다음 사항에 중점을 두고 공부하면 효과적이다.
·운문 : 시적 화자 및 시적 이미지 ·산문 : 인물의 특징 및 사건의 전개 양상
·수필 : 글쓴이의 개성 및 가치관 ·극문학(희곡, 시나리오) : 인물의 갈등 및 대사
▶ 지문 독해
읽기 영역에서 문학에 비해 비문학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추세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그런 만큼 이른 시간 안에 정확하게 독해하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 언어 영역 고득점을 위한 바탕일 것이다.
▶ 듣기
수능시험에서 맨 처음 접하게 되는 것이 언어 영역 듣기 문제이다. 이 듣기 문제가 수능 당일의 컨디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첫 단추를 잘 꿰어야 결과가 좋은 법이다. 듣기는 듣고 답하는 문제의 특성상 철저한 대비나 학습이 이루어지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수능에서 출제되는 듣기 영역의 문제들은 대개 일상생활과 관련된 것들을 얼마나 능숙하게 알아듣는가에 방향을 맞추어 현실적인 언어 사용 능력을 평가하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듣기는 목적의식을 가지고 공부하려는 자세를 가진다면 일생생활 속에서도 충분히 대비할 수 있다.
▶ 쓰기
쓰기는 기출 문제를 통해 글쓰기의 원리를 문제 속에 적용하는 감각을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 즉, 언어 영역에서 쓰기 문제만큼은 글쓰기의 원리를 개괄적으로 익힌 다음 각종 문제집이나 모의고사 문제를 통한 유형 학습이 효과적이다.
▨ 시험에 임하는 자세
▷ 늘 시간이 모자라는 경우=가능하면 시험 시간 10분 전까지 다 풀도록 노력한다. 천천히 읽는다고 이해도가 높아지는 것이 아니므로 지엽적인 것에 집착하지 말고 전체 대의와 주제 파악에 중점을 두고 적정 속도로 지문을 빨리 읽어 내려간다. 시간 부족 때문에 늘 어려움을 겪는 학생의 경우 문제부터 먼저 읽어보고 지문을 읽으면 다소 시간을 줄일 수 있다.
▷ 고쳐서 틀리는 경우=많은 학생들, 특히 상위권 학생들이 처음에 맞는 답을 골랐다가 검토 과정에서 고쳐서 틀리는 경우가 많다. 대개는 처음 답이 맞는 경우가 많은데, 그 이유는 처음 풀이할 때는 자신의 언어 감각과 직관력이 종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중에 검토할 때는 분석적 방법으로 읽는 경향이 많기 때문에 질문 사항 외의 요소가 개입되거나 지엽적인 것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어 다른 결론을 내리기가 쉽다. 따라서 정보나 구체적인 지식과 관련된 문제가 아니고 대의나 주제, 어조나 분위기, 정서와 태도 등을 묻는 문항의 경우 처음 인상을 중시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실전모의고사 문제를 풀어본 후 고쳐서 틀린 문항을 살펴보며, 고치게 된 심리적 갈등 과정을 냉철히 분석해보고 다음 문제풀이에 참고하는 훈련을 한다. 무엇보다도 자신감과 자신의 판단력을 신뢰하는 마음가짐이 실수를 줄이는데 도움이 된다.
▷ 쉬운 문제를 자주 틀리는 경우=자신이 안다고 생각한 평범한 문제를 잘 틀리는 학생은 문제 풀이를 할 때 주어진 글 안에서 문제가 요구하고 있는 핵심사항을 찾아내고 유추하기보다는 자신이 이미 알고 있는 지문 외적인 정보들에 엉뚱하게 끌리는 경우가 많다. 문제 풀이를 할 때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나 상식보다는 철저하게 주어진 글을 바탕으로 답을 찾는 훈련을 해야 한다. 예단과 비약을 피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지문과 문항을 끝까지 진지하게 정확하게 읽어보는 태도를 가지는 것이다.
▷ 시험 시작 전 심리적 안정=1교시 시작 전에 대부분의 수험생들은 극도로 긴장하게 되고 심지어 엄청난 두려움을 느끼기도 한다. 극도로 흥분되고 긴장된 상태에서는 글을 읽어도 대의 파악이 잘 되지 않고 읽는 속도도 느려지고 정확한 판단도 할 수 없다. 시험 시작 전에 남보다 자신을 좀 더 진정시킬 수 있는 사람이 대체로 성적이 좋다. 앞으로 모의고사를 칠 때마다 1교시 시작 전에 차분하게 자신을 가라앉히며 결의를 다지는 훈련을 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김재경기자 kjk@msnet.co.kr
도움말 : 대구진학지도협의회, 송원학원 진학지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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