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마이크로소프트사의 빌 게이츠가 하버드 대학 졸업식에서 행한 졸업식사가 명연설이었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그 연설을 위하여 6개월을 준비하였다고 하니 그의 치밀함이 놀라울 뿐이다.
그런데 그와 대비되는 또 한 명의 천재가 있으니 그가 바로 스티브 잡스이다. 그리고 스탠퍼드 대학 졸업식에서 행한 그의 연설도 역시 명연설로 꼽힌다.
여러분은 애플컴퓨터를 아는가. 빨간 사과모양의 로고를 단 매킨토시라는 컴퓨터를 처음 만든 사람이고,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컴퓨터의 바탕화면에 있는 조그만 그림의 아이콘을 눌러 프로그램을 실행하는 윈도라는 개념을 처음 만든 사람이 스티브 잡스이다.
그런데 그는 자신이 이룩해놓은 회사에서 자신이 영입한 사장에 의해 쫓겨난다. 경영을 잘 못한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3D 만화영화인 '토이스토리', 얼마 전 개봉한 '슈렉 3'의 섬세하면서도 사실적인 영상을 만든 픽사를 설립하여 재기에 성공한다. 그 후 다시 애플에 복귀하였고 'think different(다르게 생각하라)'라는 개념으로 예쁜 디자인 컴퓨터를 제작하여 쓰러져가는 애플을 일으켜 세웠다.
성공과 실패를 거듭하는 경영자는 세계 어디서든 찾아볼 수 있지만 스티브 잡스의 굴곡진 인생역정은 창의적인 힘이 사람을 얼마나 위대하게 하는지 되새기게 해 준다. 그의 역정은 2005년 6월 스탠퍼드 대학 졸업식 연설에서 생생하게 소개됐다. 그 내용과 동영상은 세계 곳곳으로 퍼져나갔고, 국내에서도 높은 조회수를 기록했다.
그는 연설에서 자신의 삶과 경험을 토대로 세 가지를 이야기했다. 첫째는 인생의 전환점. 입양아였던 그는 등록금이 엄청 비싼 대학에 입학했다가 6개월 만에 자퇴했다. 평범한 노동자였던 부모의 전 재산을 학비로 쓸 만큼 대학공부가 가치 있는 것인지 고민한 끝에 내린 결론이다. 자퇴를 인생 최고의 결정으로 만든 것은 흥미 없던 필수과목 듣기를 그만두고 관심 있는 강의만 골라서 들었다는 사실이다. 빈병을 팔아 먹을 것을 사고, 마룻바닥에 자면서 그가 배운 것들은 인생에 값진 경험이 됐다. 예컨대 그때 배운 서체의 예술성과 아름다움은 매킨토시에서 고스란히 빛을 발했고, 복수서체 기능이나 자동 자간 맞춤 기능 등이 오늘날 개인용 컴퓨터에서 이용되는 것도 그 덕분이라는 것이다.
그의 두 번째 이야기는 사랑과 상실. 친구 위즈니악과 함께 애플을 설립하고 200억 달러짜리 기업을 거느리다가 졸지에 해고당한 일, 다시 시작하기로 결심하면서 초심자의 마음으로 돌아가 인생 최고의 창의력을 발휘한 일, 지금의 아내와 사랑에 빠진 일, 새로운 회사의 성공과 애플로의 복귀 등 인생 역정이 소개된다. 거기서 그는 아무리 힘든 일이 생겨도 '믿음을 잃지 말고 사랑하는 것을 찾아보라.'고 조언한다.
세 번째는 죽음에 관한 내용이다. 17세 때 읽은 '하루하루를 인생의 마지막 날처럼 산다면, 언젠가는 바른 길에 서 있을 것이다.'라는 경구를 50세가 된 지금까지 아침마다 묻는다는 그의 이야기는 성공한 CEO들의 평범한 충고처럼 들리지만 췌장암 판정을 받고, 이를 이겨낸 과정과 연결되면서 그의 진정이 엿보인다. 죽음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므로 '삶을 낭비하지 말고, 마음과 영감을 따르는 용기를 가지라.'는 이야기는 참으로 절절하게 와닿는다.
마지막에 그는 어릴 때 읽은 '지구백과'란 책의 뒤쪽 표지에 적힌 'Stay hungry, stay foolish'라는 말을 소개했다. 자신의 분야를 갈 때 '배고픔과 함께, 미련함과 함께'라는 말을 잊지 말라고 당부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스티브 잡스는 디지털 분야에 종사하는 수많은 인물 가운데 가장 카리스마 넘치는 인물로 꼽힌다. 한두 시간의 연설 정도는 청중이 결코 지루하지 않게 이끌어가는 능력뿐만 아니라 다소 오만하고 건방져 보이는 이미지도 대중들에게는 매력적이다.
그의 삶과 연설은 애플의 상품들이 기존의 벽을 깨는 이미지를 갖는 이유도 설명해주고 있다. 스타워즈를 제작한 조지 루카스에게서 매입한 애니메이션 회사 픽사를 성공 신화로 만들어낸 것도, 디지털 애니메이션의 역사를 새로 쓴 것도, 단돈 1달러 연봉의 임시 CEO로 애플에 돌아와 회사 재편에 성공한 것도 연설 속에 녹아 있다. 평론가들의 부정적이고 험악한 논평 속에 출시된 아이팟이 MP3 플레이어 시장에서 세계 판매량 1위를 수년째 달리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스티브 잡스는 올초 아이폰을 내세우며 새로운 도전에 들어갔다. 그의 도전이 성공하든 실패하든 청소년들이 그에게서 배워야 할 것은 많다. 특히 스탠퍼드 대학 연설에서 그가 강조한 '자신의 가슴과 직관을 따르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는 한마디는 삶의 이정표로 삼아도 좋을 듯하다.
차정록(차선생 과학아카데미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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