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시비비 코너)지방 중견 건설업체 잇단 부도

건설업체인 (주)신일이 지난 13일 최종 부도 처리됐다. 신일은 작년 실적 기준으로 시공능력평가 순위 57위에 오른 중견 기업이다. 지난 5월 말 한승건설 부도 이후 신일까지 부도에 이름으로써 지방에 있는 중견 건설업체들 사이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두 기업 모두 작년 흑자를 낸 기업들이지만 미분양 아파트 증가와 공사대금 미회수 등으로 어려움을 겪으며 올해 상반기를 넘기지 못하고 유동성 위기에 빠지고 말았다. 신일의 경우 대구에서만 7개의 사업을 진행해온 상황이어서 지역의 분양계약자, 하도급업체 등의 피해가 우려된다.

문제는 신일의 몰락 원인에 대한 분석이다. 외형적인 원인은 지방 미분양 아파트 급증과 공공공사 예산 부족, 수익성 악화 등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보다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지방에 대한 투기과열지구 지정 해제 지연과 낮은 주택담보비율 등 정부의 과도한 부동산 시장 규제 대책에 따른 여파라는 지적이 있는 반면 미분양 물량이 속출하는데도 분양가 상한제 시행을 앞두고 무리하게 분양을 밀어붙인 경영 실패에 무게를 두는 의견도 있다. 원인 분석이 다르면 처방도 다를 수밖에 없다. 정부의 실패에 초점을 맞추면 응당 규제 완화, 지방 시장 활성화 등의 대책이 제시될 것이요 기업의 실패에 눈을 돌리면 사업 전환, 자체 사업 강화 등 기업 경쟁력을 높이라는 요구가 나오게 된다.

▨ 건설시장 규제 풀어야

두 건설업체의 부도 원인을 기업 자체보다 정부 정책 실패 쪽에 맞추는 여론이 많다. 특히 수도권 부동산 투기를 잡기 위해 지방까지 무차별적으로 규제를 강화한 데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2년 연속 100억 원대의 순익을 낸 건실한 업체가 돌연 쓰러진 것을 개별 기업의 영업 전략과 자금 운용의 잘못만으로 돌리기 어렵다. 전국을 무차별적으로 투기지역 또는 투기과열지역으로 묶고 분양가 상한제를 전방위로 밀어붙이는 경직된 부동산 정책이 결국 입지가 취약한 중견 건설업체부터 희생양으로 삼고 있다는 얘기다.'(신문 사설)

이는 곧 수도권과 지방에 대한 정책의 탄력적 운용을 요구하는 목소리로 이어진다. '지방 부동산시장은 가라앉은 지 오래다. 그래도 투기지역 지정, 청약자격, 대출 등의 규제는 수도권이나 마찬가지로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부동산시장 안정의 중요성은 새삼 말할 필요도 없다. 그렇다 해도 멀쩡한 업체가 도산할 정도로 숨통을 막아서는 곤란하다. 수도권은 그대로 두되 지방에 대해서는 일부 규제 완화 등 정책의 탄력적 운영이 필요하다.'(신문 사설)

투기과열지구 해제로 인한 시장 불안 가능성이 크지 않으므로 보다 적극적인 규제 완화에 나서야 한다는 업계의 요구도 소개된다.

'규제 완화로 인한 부동산 시장의 국지적 불안도 지적되고 있지만 부작용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지방은 여전히 미분양 아파트가 많고 분양가 상한제가 시행되기 때문에 과열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최상근 대한건설협회 주택팀장은 "중소건설업체의 부도사태는 지방 투기과열지구 지정 당시부터 예견됐던 일"이라며 "투기과열지구 해제뿐만 아니라 금융권의 LTV(주택담보인정비율) 상향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인터넷뉴스 기사)

▨ 건설업체 경쟁력 강화 시급

정부 정책 못지않게 비판을 받는 곳은 기업이다. 정책이 실패했다면 그 여파는 이미 시장에 고스란히 나타나 있을 터인데 이를 무시하고 혹은 불가피하게 사업을 추진한 책임은 피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업체가 상황을 잘못 판단해 수요가 없는 곳에서 무리하게 분양을 추진한 잘못도 크다. 신일만 해도 주택시장의 침체가 최악인 대구에서만 7곳의 공사를 진행하는 등 미분양에 따른 자금 압박을 자초한 측면이 있다.'(신문 사설)

지방 부동산시장에 대한 규제가 주요 원인이라는 주장에 대한 반박도 소개된다. '지방 대도시를 중심으로 미분양 물량이 늘어난 것은 분양권 전매 제한이라는 규제 외에 공급 과잉과 고분양가 등 수급 요인도 무시할 수 없다는 반론도 있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장은 "지방 대도시는 수도권과 달리 분양권 전매 제한 기간이 1년이어서 규제가 강하다고 볼 수 없다"며 "고분양가와 수요를 감안하지 않은 중대형 중심의 무리한 주택 공급이 미분양을 불러온 사례도 많다."고 말했다.'(신문 기사)

이는 규제를 풀기보다 분양가를 낮추고 후분양을 확대하는 등 업체들이 자구노력에 나서지 않으면 이미 적체 상태에 이른 지방의 미분양을 줄이기 어렵다는 분석으로 이어진다. 따라서 연쇄부도 위기라는 업계의 아우성에 밀려 섣부르게 정책 방향을 결정하지 말라는 경고도 나온다.

'수도권 대형 건설업체들은 지난 2003년 10·29대책 이후 지방시장 공략에 나서면서 경제규모나 소득수준 등을 무시하고 평당 1천만 원이 넘는 아파트를 경쟁적으로 분양했다. 이는 청약률을 떨어뜨리는 자충수가 됐다. 따라서 미분양 적체에 따른 주택건설업체의 경영 위기는 정부가 책임질 일이 아니다. 오히려 이를 빌미로 한 주택시장 규제해제 요구를 경계해야 할 것이다. 언제든 투기자금화할 수 있는 부동자금이 600조 원에 육박하고 있기 때문이다.'(매일신문 사설)

▨ 건설업계 빈익빈부익부

건설업체 사이의 빈익빈부익부도 문제가 되고 있다. 신일 부도 이후 중소 건설업체들은 부도 도미노를 걱정하고 있지만 대기업들은 안정적인 공사 등에 따라 실적 호전을 기대해 주가가 오르는 아이러니한 현상을 보이고 있다. 업계의 빈익빈부익부가 부도 사태를 불렀다는 지적도 있다.

'분양률이 20%에도 못 미치는 지방시장에서라도 활로를 찾아야 할 만큼 중소 건설업체의 사정은 다급하고 열악하다. 건설업계는 9월 분양가 상한제 실시를 앞두고 밀어내기식 분양이 쇄도하게 되면 미분양이 더 늘어나는 데다, 부실채권을 우려한 금융권의 자금회수 압박도 강해질 것으로 예상돼 전전긍긍하고 있다.'(신문 사설)

이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한 정부 조치를 촉구하는 주장도 나온다. '우량 업체가 일시적인 자금 악화로 부도가 나지 않도록 유동성 지원을 늘릴 필요성이 있다. 또 지난 4월 발표한 지방중소건설업체 지원대책을 차질없이 시행하는 한편 보완조치도 적극 강구해야 할 것이다.'(신문 사설)

정부는 건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수도권과 지방 간 수주 격차 확대 등 건설산업 양극화에 대응한 대책을 지난 4월부터 진행하고 있다. '대기업의 소액공사 진입을 제한하는 도급하한제도의 최대 적용 기준을 지자체·투자기관 발주 공사인 경우 74억 원 미만에서 150억 원 미만으로 상향 조정했다. 이와 함께 중소건설업체들에게 불리한 턴키(일괄수주계약)·대안입찰 공사 발주기준이 되는 대형공사 금액 기준도 100억 원에서 300억 원 이상으로 높였다. 또 국가와 투자기관이 발주하는 지역의무공동도급 공사에 대한 지역 업체 최소 참여지분율도 10%에서 30%로 올렸다.'(국정 브리핑)

김재경기자 kjk@msnet.co.kr

▶ 투기과열지구=투기 억제를 위해 2002년 도입돼 현재 수도권 전역과 충청권 일부, 대구, 부산 등 광역시들이 지정돼 있다.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면 각종 규제가 시행된다. 분양권 전매는 수도권과 충청권 경우 입주 때까지, 지방 대도시는 계약일로부터 1년간 제한된다. 또 1가구 2주택자나 5년 내 당첨자는 1순위 청약을 못 하는 등 청약 규제도 있다. 분양가 대비 대출액 상한선인 주택담보대출비율은 50%로 여타 지역 60%보다 낮다. 이 때문에 아파트 분양이 저조할 수밖에 없고 건설사의 경영난도 가중된다. 미분양이 특히 많은 대구와 부산, 광주 등이 해제 1순위로 거론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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