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1평→3.3㎡·1돈쭝→3.75g' 新도량형 시행 임박

▲ 다음 달 1일부터 비법정 단위 도량형 사용에 대한 단속에 들어감에 따라 관련 업체들이 방안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사진은 고기 무게를 g(그램)으로 커다랗게 표시한 동아마트의 정육 코너. 이상철기자 finder@msnet.co.kr
▲ 다음 달 1일부터 비법정 단위 도량형 사용에 대한 단속에 들어감에 따라 관련 업체들이 방안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사진은 고기 무게를 g(그램)으로 커다랗게 표시한 동아마트의 정육 코너. 이상철기자 finder@msnet.co.kr

"42인치(inch) TV, 33평형 아파트 등은 역사 속으로."

다음달부터 인치(inch)나 평(坪), 근(斤) 등 비법정 단위 도량형 사용이 전면 금지된다. 이를 어길 경우 정부는 과태료를 물릴 예정이어서 이들 단위를 즐겨 사용하던 업체들이 고민에 빠졌다. 업계에선 소비자의 혼란을 어떻게 최소화할 것인가에 대한 방안 마련에 몰두하고 있다.

◆'형'이나 '타입(Type)'으로

건설업계는 이번 조치에 가장 촉각을 곤두세우는 곳 중 하나다. 다음달부터 입주자 모집공고나 분양 안내서 등에 소비자들이 익숙한 평형 대신 ㎡를 사용해야 한다. 평소 '평형'이란 표현이 일반화돼 있는 상황이라 소비자들의 혼란은 어느 정도 불가피하다는 반응이다.

C&우방은 새로 분양하는 아파트의 경우 홍보 책자는 평 대신 ㎡를 표시하고 외부 부착물은 ㎡를 표시하되 괄호로 평을 병기한다는 방침이다. 홍창준 C&우방 홍보팀장은 "㎡ 표기로 소비자들이 혹시 넓이를 속인다는 생각도 할 수 있고 적잖은 혼란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개개인들에게 충분한 설명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화성산업은 입주자 모집공고나 카탈로그 등에 이미 ㎡를 사용하고 있어 큰 변화는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모델하우스 외부 현수막엔 아직 평형을 사용하고 있어 앞으로 상황을 지켜보고 교체를 하겠다는 의견이다.

일부 건설업체는 소비자들이 ㎡ 단위에 익숙해질 때까지 '평형' 대신 '형'이나 '타입(Type)'을 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가전업계도 TV나 에어컨의 경우 각각 인치(inch)나 평형을 표기할 수 없음에 따라 대책을 세우기에 바쁘다. 업체들은 ㎝나 ㎡로만 표기하면 혼란스러울 것을 감안, TV는 기존 '인치'에서 '형'으로, 에어컨은 기존 '평형'에서 '타입'으로 당분간 사용한다는 방침이다. 가령 42인치 TV의 경우 '42인치' 대신 '42타입'으로 표기하고 15평형 에어컨의 경우 '15형 에어컨'으로 표기한다는 것. 일부 제품에 이미 이 같은 표기법을 시행하고 있는 LG전자는 카탈로그에 인치와 평 대신 ㎝나 ㎡로 규격을 표시하고 주석을 달아 인치와 평으로 환산된 내용을 안내하고 있다.

◆직원 교육을 철저하게

유통업체들은 단위에 대한 직원들 교육에 본격 나서고 있다. 혹시 고객들이 오해하지 않도록 단위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하기 위해서다. 화성산업(주) 동아백화점은 귀금속의 경우 앞으로 '돈' 대신 '그램(g)'을 사용해야 함에 따라 지난주 임대점들에 단위 변환을 통보했다. 가전제품도 각 지점 담당자들에게 정부 조치를 통보하고 이번 주 내에 교육을 별도로 실시할 예정이다.

하지만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금은 공식적인 판매 단위가 g이지만 당분간 고객들이 물어올 경우 돈쭝 단위로 알려 줄 수밖에 없다."며 옷의 경우에도 현재 허리 사이즈를 ㎝로 표시하기도 하고 인치 단위도 쓰이지만 판매할 때는 인치 단위로 알려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식품 쪽엔 큰 변화가 없을 전망이다. 고기를 비롯해 각 식품들에 이미 g표기가 일반화돼 있고 소비자들도 종전의 '근' 대신 g이나 ㎏단위로 구입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

홈쇼핑 방송도 교육에 열을 올리고 있다. GS홈쇼핑(주)은 새로운 단위를 익히기 위해 이번 달부터 직원들을 모아 스터디를 시작했다. 또 분기별로 실시하는 시험 내용에도 단위를 포함시키는가 하면 기업전산망을 통해 이를 공지하기도 했다. 신진호 GS홈쇼핑 과장은 "직원 교육과 별도로 다음달부터 방송을 내보낼 때 평형이나 인치를 사용하지 않는 대신 '거실 1개나 방 2개에 적합하다.'라거나 '가로·세로 10m 정도'라는 식의 부연 설명을 넣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산업자원부에서는 다음달부터 1차적으로 평이나 돈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공공기관과 대기업 위주로 단속을 하고 이후 상황을 봐서 인치나 기타 단위 사용을 못 하도록 확대 단속할 예정이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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