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증시 '활화산'…종횡무진하는 돈·돈·돈

▲
▲ '주식투자 열풍에 은행 찬바람' 주가가 연일 폭등하자 은행 예금들이 주식시장으로 빠져나가고 있다. 코스피 지수가 1800을 넘어선 18일 오후 투자자들이 교보증권 대구서지점 객장에 모여 시세전광판을 보고 있다.(사진 위) 그러나 이 시각 수성구의 한 은행지점은 고객들의 발길이 뜸해 썰렁한 모습이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펀드를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미래에셋 금융프라자 대구 상인지점(달서구 상인동). 코스피지수가 1,800을 향해 치닫던 18일 점심시간, 직원들은 점심식사를 하러 가지 못했다. 몰려드는 '손님들' 때문이었다.

주부들이 대다수였고, 학생도 눈에 띄었다. 이곳에 오는 손님의 99%가 '활화산처럼 타오르는' 국내 주식시장에 투자하는 펀드 가입을 원하는 수요자들.

"자산을 제법 모은 40, 50대 주부들이 펀드의 최대 수요자인데, 요즘엔 대학생들도 아르바이트로 모은 돈에다 용돈을 뚝 떼내 들고 옵니다. 펀드 판매 창구는 인산인해(人山人海)랍니다. 밥을 제때 못 먹어 아쉽지만 저희들에겐 행복한 고민입니다." (강성곤 미래에셋 금융프라자 대구상인지점장)

수직상승하고 있는 주가가 '돈의 흐름'을 완전히 바꿔놓고 있다. '주식' 근처에 가야지 '사람 대접'을 받는 시대가 만들어진 것.

때문에 은행에 들어앉아 있던 돈은 금고를 탈출해 펀드로, 주식 직접투자 자금으로 흘러들어가고 있다. 돈이 몰리면서 대형 증권사들은 한 달에 수백억 원의 이익을 만들어내고 있다.

19일 자산운용협회와 업계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주식형펀드 순자산총액(설정액과 운용으로 인해 늘어난 수익을 더한 수치)은 73조 3천470억 원으로 지난해 말(50조 3천520억 원)에 비해 23조 원가량 늘었다. 순자산총액이 70조 원을 넘은 것은 순수 주식형펀드 설정액을 따로 집계하기 시작한 2000년 6월 이후 처음이다. 주식형펀드의 설정액은 지난해 말보다 13조 원가량 늘어난 59조 6천840억 원으로, 60조 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주식형펀드의 순자산총액에서 설정액을 제외한 펀드의 수익이 약 10조 원에 이르는 것. 또 지난 1년간 발생한 펀드 수익 중 올해 재투자돼 설정액으로 잡힌 2조 8천억 원까지 더하면 올 들어 현재까지 발생한 펀드 수익은 13조 원 수준에 이른다.

주식 직접 투자에 나서는 사람들도 급증하고 있다.

대구시내 한 증권사 지점장은 "코스피지수가 1,800을 넘겨버린 18일, 각각 10억 원, 30억 원을 들고 주식투자에 나서려는 사람들이 '종목 문의'를 해왔다."며 "주가가 상승 차원이 아닌 폭등 장세여서 돈을 가진 사람들이 주식에 매력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한국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개인투자자의 주식투자 주문건수는 184만 건으로, 지난 1월의 70만 건에 비해 162%나 증가했다. 1억 원 이상 대량 주문은 일일 평균 1만 8천908건으로 올 초(4천390건)보다 330% 급등했다.

이와 관련,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가 지난 4월 대구경북지역 예금은행의 저축성예금을 파악한 결과, 전달보다 4천131억 원이나 줄어들었다. 저축성예금은 3월에만 해도 전달에 비해 2천207억 원 늘었으나, 주식 시장이 '달리기' 시작하면서 주식시장으로 돈이 이동, 예금은행 수신고가 급격한 감소세를 나타낸 것으로 한국은행은 풀이했다.

이런 가운데 은행들은 '돈을 지키기 위해'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 은행들은 일단 연간 이자가 0.5%에 불과한 '요구불 예금'은 이미 상당 부분 이탈이 일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류창섭 대구은행 부행장(개인금융본부장)은 "은행은 많은 지점을 갖고 있는 만큼 편리성 측면에서 다른 금융기관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며 "월급통장 같은 '결제계좌' 확보에 나서는 등 예금이탈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했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