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권만큼 정신분석학자와 심리학자들이 바쁜 적이 없지 싶다. 좀 과장하면, 언론매체들은 이 정권에서 일이 터졌다 하면 관련 분야의 전문가 평가보다 정신분석학적 접근을 더 찾을 정도다. 대통령과 측근세력의 행태가 일반 상식으로 이해할 수 없다는, 많은 사람의 궁금증을 대변하겠다는 의도다. 야당 또한 정책적 반박보다 대통령 심리상태를 먼저 문제삼는 식이다. 대통령이 스스로를 '세계적 대통령'이라 부르자 한나라당 대표는 '나르시시즘'이라는 정신분석학 용어를 동원해 공박했다. 다른 말 할 것 없이 정상이 아니라는 거다.
나르시시즘은 요즘 아이들 말로 표현하면 '자뻑'이다. 자뻑은 자신한테 취해 '뻑'하고 넘어간다는 조어다. 앞뒤 분간 못하고 저 잘난 줄 착각하는 족속을 빗대고 있다. 해서 자뻑은 아이들 말로 완전 '밥맛'이다. 지난 5년을 스스로 평가하겠다고 나선 참여정부 평가포럼이 딱 그짝이다. 남이 안 알아주니까 우리라도 북치고 장구 치자는 것이다. 집안식구끼리 노래방 가서 '훌륭한 가수' 어쩌고 하는 화면 점수에 까무러치는 격이다.
대통령은 참평포럼 특강에서 "20년, 30년 묵은 과제 다 해결했다"고 큰소리쳤다. 이전에도 "부동산 말고는 꿀릴 게 없다"고 자기 점수를 자기가 매긴 대통령이다. 참평포럼은 '노 대통령은 경제대통령'이라고 목청껏 추임새를 넣으며 전국을 돌고 있다. 기막히게 죽이 착착 맞는 한통속 자뻑이다. 이름하여 참여정부라는 이 정권이 백성을 제대로 거두지 못했다는 사실은 세상이 다 안다. 복잡한 통계를 다 들 것도 없다. 이 좋은 시절에 방안에서 뒹구는 청년만 집집이 꼽아 보아도 복장 터질 노릇이다. 여론조사를 해 보면 5년 전보다 살림살이가 펴졌다는 대답이 열에 하나가 될까말까하다.
엊그제도 집안모임인 노사모 총회에서 "경제는 참여정부처럼 하라"고 호언했다. 정신과 전문의 정혜신은 "나르시시즘은 거짓말을 하는 심리적인 근본코드"라 진단하고 있다. 이런 부류는 자기 이미지 보호를 위해 거짓말을 밥 먹듯 한다는 것이다. 미국 어떤 연구팀은 "나르시시즘에 빠진 사람들은 비판에 공격적으로 반응한다"고 했다. 그 옛날 묵자는 "물(거울)에 자신을 비추지 말고 사람에 비춰 보라(不鏡於水 鏡於人)"고 했다.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고 물색없이 날뛰지 말라는 훈계다.
김성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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