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18일 노무현 대통령에게 공무원 선거중립 의무 조항을 위반했다며 경고한 데 대해 청와대가 발끈했다. 대통령의 입을 봉하라는 결정이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청와대는 선관위 결정에 대해 헌법소원 등 기존의 법적대응 기조를 유지하고, 노 대통령도 대선 관련 발언을 계속해 정가의 논란이 계속될 전망이다.
◆청와대 입장=청와대는 19일 오전 정무관계 수석회의를 갖고 선관위 결정에 대한 청와대 입장을 정리했다. 결론은 수긍할 수 없다는 것.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선관위의 권한을 확대 강화하고 권위를 드높인 결정"이라며 "결과는 '대통령의 입을 봉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선관위 결정을 비꼬는 듯한 뉘앙스다.
그러면서 "대통령은 정치적 권리를 완전히 포기할 수 없는 노릇"이라며 정치 발언을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다만 발언 전에 선관위에 선거법 위반인지 질의하겠다고 했다.
청와대는 애매모호한 선거법으로 인해 대통령의 발언이 어디까지 허용되고 어디까지 문제가 되는지 판단하기 힘들다는 견해를 갖고 있다. 그래서 헌법 소원하겠다는 것이다.
노 대통령을 고발한 한나라당에 대한 공격도 빼놓지 않았다. 한나라당이 선거전략으로 하루도 빠짐없이 대통령과 정부에 대한 비판과 비난을 퍼부으면서 대통령의 입을 봉하려고 하는 것은 불공정하고 유치하다고 했다.
◆선관위와 정면 충돌?=선관위가 노 대통령에게 최후통첩성 결정을 내렸음에도 청와대가 반발해 오히려 선관위가 당혹스러운 입장에 처했다. 대통령이 발언 전에 일일이 선거법 위반인지 아닌지 질의해 올 경우 물리적으로도 답변하기 힘들 뿐 아니라 입장도 난처해진다. 하지만 선관위가 대통령에게 마냥 밀리지만은 않을 듯하다. 이 경우 충돌이 불가피하다.
선관위의 18일 결정은 지난 7일과 달리 강력했다. 한번 더 선거법을 위반하면 검찰 고발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의지가 묻어났다. 7일에는 '특정정당의 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자를 폄하하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했으나 이날은 '특정 정당의 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자를 폄하했다.'고 단정했다.
특히 사전선거운동 여부와 관련, "대통령 발언이 사전선거운동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앞으로 상황을 지켜본 뒤 결론을 내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난번엔 사전선거운동이 아니라고 못박았었다. 결국 또다시 비슷한 상황이 발생하면 판단유보 사항까지 모두 사전선거운동에 포함시킬 수 있다는 최후통첩 성격이 짙다.
◆한나라당 검찰 고발?=나경원 한나라당 대변인은 18일 선관위 결정은 대통령 눈치를 본 것이라고 단정하고 검찰에 노 대통령을 고발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하지만 대통령을 검찰에 고발하는 것이 역풍을 부를 수 있다는 시각도 있어 신중한 검토를 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이 강수를 들고 나옴으로써 한나라당도 검찰 고발로 맞대응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노 대통령의 '정치 발언'이 한나라당, 선관위, 검찰, 헌법재판소로 번지면서 논란이 더욱 증폭될 조짐이다.
최재왕기자 jw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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