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5년 현대중공업. 엄청나게 큰 배를 만드는 작업장이었는데 대부분 작업이 사람 손으로 이뤄지고 있었다. 위험한 작업도 많았다.
이러던 중 '용접연구소'에 근무하던 한 직원이 손을 들고 나섰다. 그리고 외쳤다. "용접작업처럼 위험한 공정에는 사람 대신 로봇을 투입합시다!"
당시만 해도 로봇이라고 하면 사람들은 '로보트태권브이'나 '마징가Z'를 떠올렸다. 로봇은 만화영화에나 나오는 것이라고 생각하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당시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은 이 보고를 받고 무릎을 탁 쳤다. 당장 로봇을 사라는 결정을 내린 것은 물론, "이 참에 로봇연구소를 만들라."고 지시했다.
그로부터 20년 뒤, 로봇이 산업현장 곳곳을 '점령'하고 있다. 그리고 이제 가정과 병원 등 사람이 사는 모든 동네로 치고 들어올 준비를 하고 있다. 산업용 로봇에 이어 지능형 로봇산업까지 태동하고 있는 것이다.
◆산업현장의 역군 로봇
1985년 현대중공업에서 "로봇 도입을 하자."며 손을 치켜들었던 사람은 당시 연구원이었던 이정대 씨. 그는 현재 대구 성서공단에서 대신로보트(주)라는 로봇 시스템 전문업체를 운영하고 있다.
그의 회사는 현대중공업은 물론, 현대차·르노삼성차 등 완성차업체와 세원그룹, 신영금속 등 대구경북지역 우량 자동차부품업체에 로봇 시스템을 납품한다. 로봇이 개별 회사 환경에 맞게 작동할 수 있도록 소프트웨어 시스템을 갖춰주는 것.
최근엔 현대차의 해외생산법인에도 진출했다. 미국 앨라배마 현대차 부품납품업체에 설치된 로봇 작동 지원을 위해 현재 2명의 직원이 미국에 파견돼 있다.
이 대표는 "창업 10년 만에 올해 20억 원 이상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며 "대구 달성군 화원읍에 200여 평 규모의 부지를 마련해뒀는데 로봇산업 현황을 알리기 위해 이곳에 로봇 전시관을 만들 생각"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3차원 시뮬레이션 기법을 통해 로봇을 직접 만들어 설치하지 않고도 컴퓨터 화면에서 로봇을 만들어 돌려보는 시스템 설치를 연구 중이다. 머지않아 성과가 도출될 이 기술이 시중에 나온다면 로봇 제조과정에서 혁신적인 원가절감이 가능, 로봇산업이 더욱 날개를 달 것이라고 이 대표는 말했다.
대신로보트처럼 앞선 로봇 기술을 가진 업체들이 늘면서 산업현장에는 로봇이 사람을 차츰 대신해가고 있다.
경북 영천시 세원물산. 차체를 생산하는 이 회사는 로봇이 400마리(마리:제조업체 사람들은 로봇 숫자를 이렇게 표현)나 된다. 작업현장에 있는 근로자는 150명뿐.
이 회사에 로봇이 없다면 근로자는 1천여 명으로 불어나야 한다. 엄청난 인건비 부담을 로봇이 줄여주고 있다는 것이 이 회사의 설명.
이곳 김도현 상무는 "우리나라 로봇 성능이 좋아 회사에 설치된 80% 이상이 현대중공업 제품"이라고 했다.
◆산업형에서 지능형으로
산업용 로봇을 만드는 기술을 축적, 미래에 수요가 늘 것으로 보이는 가정용, 의료용 등 이른바 '지능형 로봇'에 응용한다면 엄청난 부가가치가 나올 것이라는 게 업계의 말이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산업용 로봇에 쓰이는 기술이 지능형 로봇에 직결될 수 있으므로, 시장 분석만 잘 한다면 '지능형 로봇산업'도 충분히 꽃필 수 있다는 것.
더욱이 대구경북지역에는 수십 곳의 로봇 관련 업체 및 부품생산 회사가 있어 지능형 로봇산업을 발전시킬 수 있는 토양이 다른 어느 지역보다 비옥하다고 업계는 설명한다.
POSCO에 산업용 로봇을 생산·납품, 올해 90억 원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는 대구 성서공단내 유진엠에스 은종욱 대표는 "지금 대구경북지역 로봇 전문업체가 갖고 있는 기술로도 충분히 지능형 로봇 시장으로 달려갈 수 있다."며 "특히 대구경북지역은 기계산업과 전자산업이 융합된 '메카트로닉스' 산업이 강해 지능형 로봇시장으로의 도약이 가능하다."고 했다.
로봇 부품을 생산하고 있는 삼익HDS 이재영 대표는 "현재 글로벌 로봇 시장을 보면 일본을 제외하고는 세계 여러나라가 비슷한 실력"이라며 "산업자원부와 대구시 등 중앙 및 지방정부가 지능형 로봇 산업에 대한 강력한 지원의사를 표시하고 있어 지역의 차세대 성장 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18일 EXCO에서 '대구 지능형 로봇산업 육성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대구를 로봇산업의 메카로 육성한다는 전략을 제시하고 있는 한나라당 이명규(국회 산업자원위원회 간사) 국회의원은 "로봇산업은 '제2의 반도체'로 불릴 만큼 차세대 성장동력산업"이라며 "센서와 기계부품, 금형 등 관련 산업의 집적지인 대구를 세계적 로봇산업도시로 만들기 위해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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