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KTX가 다니기 전까지는 고소공포증이 심하긴 했지만 빠른 맛에 포항-서울 간을 거의 항공편을 이용했다. 지금은 해외출장이 없을 때는 직행버스로 대구로 이동, KTX를 타면 약 3시간 25분 정도면 서울역에 도착이 가능하다. 웬만한 악천후나 서울교통이 마비되어도 푸근하고 편안한 마음으로 서울 용무를 볼 수 있다는 사실에 철도공사에 대해 항시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
업무상 자주 대구 동부정류장과 동대구역을 이용하다 보니 개선이 가능한데도 관행적으로 되풀이돼 이용객들에게 불편을 주는 것은 물론, 대구시의 이미지마저 흐리게 하는 것이 있어 이를 지적하고자 한다. 경주, 포항, 영덕, 울진, 영천, 울릉, 청송 등 경북 동부지역에서 동부정류장과 동대구역을 이용하는 주민들이 하루 수천 명은 넘을 터이다. 그런데 대구에 도착한 시외버스들이 동부정류장에 못 미쳐 동대구역 동편 주차장 쪽에 하차를 허용한다면 동대구역을 이용하려는 승객들이 얼마나 편리할 것인가? 이 문제를 포항출신 J도의원에게 건의했더니 도청의 교통행정 담당자가 대구시와 협의한 결과 승하차장 설치규정과 설치장소 및 대구시 택시기사 수입보호의 세 가지 이유 때문에 안 된다는 것이었다.
이 얘기를 전해듣고 대구시 교통행정당국의 행정편의주의적 사고에 분통이 터졌다. 물론 이 건의내용이 도청 및 대구시 직원에게 제대로 전달됐는지 의문이 없진 않다. 그러나 만약 도청직원의 상황설명을 정확히 듣고도 대구시직원이 이런 답을 했다면 그들이 얼마나 태만한 행정을 하고 있는지 일깨워주고 싶다.
첫째, 시외버스 승하차장 설치 등 관련 규정의 상세한 내용은 모르겠으나 하루 수천 명의 시민들에게 이로움이 있다면 법을 바꾸어서라도 편의를 증진시키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둘째, 정차할 수 있는 공간이 없다는 것은 조금만 생각을 바꿔도 가능하리라 본다. 좌회전 100여m전이나 좌회전 후 100여m 전후에 그렇게도 장소가 없지는 않다는 점이다.
셋째, 대구 택시기사 이익보호 차원이라는데 이 얘기는 정말 어처구니없다. 동부정류장 서쪽계단을 내려오면 항시 약 20여 대의 택시가 대기하고 있다. 장거리 승객을 태우려고 이삼십 분 동안 대기하다가 겨우 2천 원의 요금밖에 안 나오는 동대구역까지 간다는 것은 성에 차지 않을 것이란 사실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 손님을 태우지 않으려고 길 건너 맞은편으로 가라며 승차거부를 하는 택시기사도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며칠 전에도 동부정류장 아래에서 대기한 두 번째 택시를 타면서 "기사님 미안합니다. 동대구역으로 갑시다." 라고 했는데 택시가 출발을 하지 않기에 "왜 가지 않느냐?"고 물으니 "앞차가 서있는데 어떻게 가느냐?"고 속터지는 답변이 돌아왔다. 아마도 오래 손님을 기다렸는데 2천 원짜리 손님은 못 태우겠다는 심사였던가 보다.
앞차도 손님이 동대구역으로 간다고 하니까 길을 건너가서 택시를 타라고 하고는 다른 손님을 기다리는 중이었다. 나는 하는 수 없이 내려서 앞선 택시를 타고 또 "기사님 미안합니다. 동대구역으로 갑시다."하고는 "기사님 요금미터기에 상관없이 5천 원을 줄 테니 우리 기분 좋게 갑시다."라고 추슬러 겨우 택시를 탈 수 있었다. 택시를 이용하는 승객이 이렇게 미안해 해서야 되겠는가. 시간적 여유가 있을 때는 운동 삼아 걸을 수 있겠지만 시간에 쫓길 땐 동대구역에서 동부정류장까지의 거리가 결코 만만찮다.
선거 때 서민의 손발이 되겠다고 열창하신 경북 동부지역 시장, 군수님들! 서민의 발인 경부선 기차 이용 주민들을 위해 행정관청끼리 유연한 행정업무 협의를 통해 이런 민원을 해결할 생각은 없는지요! 특히, 포항에서 관·민이 일치단결하여 KTX 역사 유치가 한창인 이때 동대구역 쪽으로 지나가는 직행버스의 정차장 설치 해결부터 우선돼야 하지 않을까요. 행정의 질을 높이는 대주민 서비스는 이런 부분부터 먼저 해결해야 되지 않겠습니까?
대구시의 담당자가 대구시민을 위한 행정만 하면 되지 왜 경북 도민을 위해 그런 일까지 해야 하느냐고 한다면 윗글은 스쳐가는 바람소리일 뿐이다.
노원조 경북동부지역 경영자협회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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