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휴가 때 일본에 가려던 회사원 이현승(34) 씨는 휴가 계획을 바꿔야할지 고민이다. 여행사에서 원하는 날짜에 항공권을 구하기 힘들다고 하기 때문. 이 씨는 "휴가가 8월 2일이라 두 달 전쯤 예약하면 될 줄 알았는데 해외 여행객이 부쩍 늘어 원하는 날짜에 가려면 최소한 석 달 전에는 예약을 해야 한다고 해서 난감하다."고 말했다.
여름 휴가를 해외에서 보내려는 가족단위 여행객이 몰리면서 대구의 여권 발급 신청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고, 성수기 항공권이 동나는 등 '해외 여행' 열풍이 불고 있다.
대구시에 따르면 18일 하루 동안의 여권 신규 발급 신청이 1천300여 건으로 시가 여권 발급 업무를 개시한 1983년 4월 이래 가장 많았다. 이는 지난해 6월 하루 평균 1천여 건을 기록한 지 불과 1년 만에 30%나 늘어난 것. 또 올 들어 5월 말 현재 여권 신규 발급 건수는 8만 8천29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7만 5천314건에 비해 16.9% 늘었고, 6월 들어서도 하루 평균 1천100여 건이 몰리고 있다.
이처럼 여권 발급이 늘어나는 것은 원화 강세가 이어지면서 해외 여행에 대한 부담이 줄어든데다 청소년 어학연수와 가족단위 여행객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김진상 대구시 종합민원담당은 "방학을 앞두고 여권 발급 신청이 처리 한계인 하루 1천 건을 넘어선 상태"라며 "45명에 이르는 정규·보조 인력을 모두 가동하고 아르바이트생까지 채용해 일주일 정도인 여권 발급기간이 더 길어지지 않도록 애쓰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여행객이 크게 늘면서 여행업계도 즐거운 비명이다. 각 기업의 여름휴가가 몰린 7월 말~8월 초는 패키지 상품의 판매가 이미 마감됐고, 대기 수요만 있는 상태. 제헌절 징검다리 연휴를 낀 7월 13일도 예약이 밀려들고 있을 정도다. 하나투어 대구지사 관계자는 "5월까지 하루 평균 300~400명 수준이던 예약이 이달 들면서 500~600명으로 크게 늘었다."며 "30대 직장인과 가족단위 여행객이 가장 많은 점도 특징"이라고 말했다.
올해도 전통적으로 강세인 일본, 중국과 함께 동남아시아가 인기를 끌고 있다. 중국은 대구국제공항에 취항한 노선이 장사, 해남, 홍콩 등으로 다양해지면서 수요가 늘고 있고, 일본도 계속되는 엔저 효과로 꾸준한 상승세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출발 날짜에 임박해 예약이 동났었는데 올해는 대구-방콕 노선의 경우 7월 26일부터 8월 5일까지 이미 거의 매진된 상태"라며 "캄보디아 씨엠립과 필리핀 마닐라 등 부정기 노선이 앞다퉈 취항한 것도 여행 수요를 늘리는 데 한몫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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