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선관위에 빈정대고 억지쓰는 청와대

청와대는 어제 선관위로부터 '대통령의 선거중립의무 준수 재촉구'를 받고 또다시 그냥 넘어가지 않았다. 형식상 수용의 자세를 취했지만 실제는 선관위에 노골적으로 반발했다. 청와대 대변인은 "한국의 민주주의, 법치주의가 갈 길은 아직 멀다는 것을 느낀다"며 "대통령 입을 봉하라는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대통령이 후진적 선거법 때문에 부당하게 억압받고 있다는 투였다. 마침내는 "앞으로는 발언하기 전에 일일이 선관위에 질의하고 답변 받겠다"고 했다. 선관위 결정을 얕보며 빈정대고 있는 것이다.

청와대는 독립적 헌법기관의 결정에 대해 경박하게 대들 이유가 하등 없다. 대통령은 헌법 수호자로서 선거법을 어긴 데 대해 유감 표명을 하고 앞으로 공무원의 선거중립 의무를 지키면 그만이다. 예민한 대선 정국에서 대통령 직무 본연에 충실하라는 것에 대해 '입을 봉하라는 말이냐'고 어깃장을 놀 필요도 없다. 자신의 정치적 운신이 제약받는다고 현행 법을 갑갑해하며 법적 쟁송으로 뚫어보려는 것도 옳지 않다. 한때 악법은 어겨서라도 바로 잡자는 시대가 있었지만 지금 상황하고는 전혀 다른 것이다.

한나라당의 정권교체, 대선승리 주장을 선거법 위반이라고 걸고넘어지는 것도 유치하다. 정당 소속 국회의원들은 정당법에 따라 얼마든지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 야당이 정권교체를 주장한다고 사전 선거운동이라 하는 것은 정말 듣다가고 처음이다. 이 사실을 모를 리 없을 청와대가 대통령만 문제삼느냐는 식으로 선관위를 타박하는 것은 무슨 심보인가. 이런 억지를 부리니 청와대를 보는 국민들 입에서 한심하다는 소리가 절로 나오는 것이다.

대통령은 3번의 선거법 위반 앞에서 억울해 게 할 아니라 오히려 국민 앞에 머리 숙여야 한다. 지지율이 다시 20%대 초반으로 추락한 원인이 어디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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