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성큼 다가왔다. 여름이 되면 피로가 심해지고 몸이 무겁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정말, 보약이라도 지어 먹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한의원에는 보약에 얽힌 얘기들이 많다. '여름에 보약을 먹어도 되나요?'란 질문부터 '드링크' 한 병 사듯이 환자는 두고 혼자 와서 어른 보약 한 제(탕약 20첩) 지으러 왔다는 사람들까지. 이번 기회에 보약에 대한 올바른 상식을 가져보자.
◆한약은 모두 보약!
한의학은 쉽게 말하면 인체의 균형이 깨어질 때 이를 바로잡아서 건강을 회복하도록 도와주는 의술이다. 일반적으로 자연치유력인 정기(正氣)가 충실하면 병의 원인이 되는 사기(邪氣)를 없애준다. 그러나 병이 만성화되거나 퇴행해 정기가 쇠약해지며 정기를 북돋워 주고 사기를 없애는 치료가 필요하다. 한의학에서 보약은 예방의학적인 측면이 강하다. 혈이나 기운이 저하돼 장부가 약해진 인체를 건강하게 회복시켜 주는 약을 보약(부족한 것을 보충해 주는 약)이라고 한다. 따라서 한의학에서는 보약이나 치료약을 구분 짓는 것은 의미가 없다.
한의학적 이론에 따라 보약은 부족해진 음을 돋우는 보음약(補陰藥)인 육미지황환, 혈을 돕는 보혈약(補血藥)인 사물탕, 양의 기운을 돕는 보양약(補陽藥)인 팔미지황환, 기를 돋우는 보기약(補氣藥)인 사군자탕 등으로 구분한다. 보약의 기본 처방에는 100여 가지가 있으며, 허약해진 원인과 장부와 경락, 체질에 따라서 약제가 달라진다. 따라서 한의사가 환자를 진맥한 뒤 처방을 하는 것이 원칙이다.
◆녹용의 진실
녹용은 보약에 쓰이는 약재 가운데 으뜸으로 친다. 그런데 녹용에 대해 오해가 많다. 녹용을 많이 먹으면 머리가 둔해지거나 살이 찐다든지 하는 것들이다. 하지만 근거 없는 이야기이다. 녹용은 신경이 약한 사람의 정신력을 도와주고 건망증에도 도움이 된다. 녹용은 최상의 영양제에 속하기 때문에 다른 보약이나 알부민으로 효과를 잘 보지 못한 노인들도 녹용을 잘만 쓰면 아침에 일어나는 것이 훨씬 가벼워진다.
골격의 성장이 더딘 어린이나 두뇌를 많이 쓰는 청소년층이나 산모에게도 좋은 약이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녹용을 먹었는데 효과가 없다고 한다. 이는 영양이 부족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배가 나올 정도로 체격이 좋은 사람이 녹용을 먹었다고 정력이 더 나아지지는 않는다. 오히려 살이 더 찔까 걱정이 된다. 녹용은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동물성 약재이므로 어느 정도 소화력이 있어야 한다. 그러므로 허약한 사람이라고 해도 위장 기능이 약하다면 소화기능을 돋우는 약을 먼저 써야 한다.
◆보약의 으뜸, 공진단
공진단(拱辰丹)은 녹용, 사향(사향노루 수컷의 배꼽부와 음경 사이에 있는 선낭에서 분비되는 향즙을 건조한 것), 산수유, 당귀 등으로 만든 것이다. 최고의 보약으로 알려진 이 약은 중국 원나라 때 위림역이라는 명의가 그의 집안에 5대째 전해 내려오는 처방을 근거로 해 편찬한 의서인 세의득효방(世醫得效方)에 나오는 처방이다. 그 이후 각 의서들은 간 기능 개선에 공진단의 효력이 뛰어나다고 전해왔다. 이 약은 체질과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복용할 수 있으며 체력보강과 노화방지, 혈액순환촉진 등에 쓰인다.
◆여름에 보약 먹으면 안 된다?
'여름에 보약을 먹으면 효용이 없다.'는 말이 있다. 보약은 계절에 상관없이 필요할 때 복용해야 한다. 흔히 여름에 보약을 먹으면 땀으로 빠져 나가기 때문에 별 효용이 없다는 속설은 전혀 근거 없다.
'보약을 먹으면 살이 찐다.'는 말은 신빙성이 있을까? 보약은 기혈의 균형을 회복하도록 돕기 때문에 소화가 잘 되면서 밥맛이 좋아지게 한다. 잠을 깊이 들게 하며 피로감을 덜해지도록 한다. 따라서 너무 마른 사람은 살이 찔 수 있고, 비만한 사람은 신진대사가 원활해져 살이 적당히 빠지게 된다.
김교영기자 kimky@msnet.co.kr
도움말·김한균 청산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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