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세가 되면 젖니의 치열이 완성된다. 그리고 얼굴은 계속 커지게 되고, 아울러 치아를 담고 있은 턱뼈도 성장해 영구치를 위한 공간을 확보하게 된다. 영구치는 개개의 치아가 잇몸 밖으로 나와서 커지는 것이 아니다. 처음부터 다 커진 상태로 나온다. 6세가 되면 첫 번째 영구치아가 젖니의 뒤쪽에서 어금니로 먼저 나오고, 그리고 아래턱의 앞니 그리고 위턱의 앞니가 나온다. 대개 1년에 4개 정도의 영구치가 나온다. 즉 대부분의 영구치가 동시에 나오는 것이 아니라, 상당한 시차를 두고 순서적으로 나오게 되어 초교를 졸업할 무렵이면 대략의 영구 치열을 이루게 된다.
영구치는 젖니보다 2배 가까이 크고 개수도 훨씬 많기 때문에, 더 많은 공간이 필요하게 된다. 따라서 그 바탕이 되는 턱뼈의 성장 속도에 따라 순차적으로 나오게 되는 것이다. 턱뼈의 성장이 늦어지거나 부족하여 적당한 공간을 확보하지 못하면, 치아는 크기를 조절하지 못하므로, 삐뚤게 겹쳐서 나오거나 영 엉뚱한 자리로 나오게 돼 조화있는 치열을 이루지 못한다. 따라서 가장 늦게 나는 사랑니는 부족한 공간 때문에 나오지 못하고 묻혀 있거나 경사져 나오게 된다. 그리고 강제로 뽑히게 되는 것이다.
턱뼈의 성장속도에 따라 순차적으로 균형을 맞춰 나와야 할 치아들이, 어떤 원인으로 조화를 잃어버리면 결과적으로 들쑥날쑥한 치열을 만들게 된다. 즉 한 개 치아의 어긋남이 전체 치열의 조화를 잃게 하고, 씹는 능력이나 구강 청소에 문제를 일으키게 된다. 치료를 통해 조화로움을 회복해야 한다. 아니면 이것이 원인이 돼 더 큰 신체적인 부조화를 일으키게 되는 것이다.
대학생 두 자녀를 둔 50대의 어떤 아버지는 오후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4시까지 부업으로 대리운전을 해야만 한다. 연간 2천만 원 정도의 등록금을 마련하려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직업을 가진 부인과 함께 얻는 수입은 어머니를 모시고 생활하기가 빠듯하고 자녀들의 학비를 위해서는 밤을 새워야 균형을 맞출 수가 있다고 한다. 무리를 거듭한 이 가장은 그래도 균형을 이룰 수가 있어 즐겁다고 하지만 아주 작은 돌부리에도 깨질 수 있는 위험한 시소 위의 균형이다.
선배들의 땀으로 이제는 먹고 자는 기본적인 것보다는 어떻게 사느냐의 문제가 우리가 해결해야 할 과제가 됐다. 그중 으뜸이 가계에서 차지하는 교육비이다. 이미 균형을 잃어버린 지출이다. 개인이 해결할 수 없는 사회구조적인 문제이다. 끝없이 커질 수밖에 없는 속성을 지닌 항목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틀어지면 사회 전체가 엉클어질 수 있다.
30여 개의 치아들의 어긋난 배열은 개개 치아의 공간부족에 기인하지만, 결국은 전체가 조화와 균형을 잃어버린다. 그리고 강제적인 치료를 해야만 한다. 밤을 잃어버린 가정들의 위험한 균형은 사회 구조적인 문제이다. 표를 얻으려면 검증 운운하면서 상대를 깎아내리려 하지 말고 이 가장들에게 해결책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최성진(최진치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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