덥다. 가장 일하기 싫은 계절이다. 그렇다고 놀 수는 없을 터.
그래서 기업들은 어떻게 하면 근로자들이 일을 더 하게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다. 때문에 이 여름, 직원들의 '기 살리기' 묘책이 쏟아지고 있다.
돈이 드는 '묘책'이 나오기도 하지만, 10원짜리 동전 한 개 안 들이고도 근로자들의 기분을 '업(Up) 시키는' 아이디어도 나오고 있다.
◆꽃밭에서 일해라
아파트 공사장 하면 떠오르는 것이 흙먼지와, 소음. 이런 환경 속에서 건설 근로자들의 얼굴은 항상 우거지상이었다.
하지만 대구 수성구 수성3가 롯데건설의 롯데캐슬 아파트 건설현장은 이런 환경에 반기를 들었다.
이제서야 5, 6층 뼈대가 올라가고 있는 이곳에서는 벌써 조경공사가 이뤄져 있다. 조경석으로 둘러싸인 화단에는 활짝 핀 꽃이 얼굴을 내밀고 있다.
대다수 건설회사는 공사 일정의 가장 마지막에 조경공사를 짜놓는다. 하지만 롯데건설은 이를 뒤집었다. 근로자들이 꽃밭 속, 가장 좋은 환경에서 일해야 한다는 것.
한 술 더 떠 최근 타워크레인에 CCTV를 설치했다. 높은 타워크레인 조종석에서 아래가 잘 보이지 않는 점을 감안, CCTV를 통해 아래를 확인할 수 있도록 만든 것. 아래에 있는 현장 근로자들이 타워크레인 작업 과정에서 다칠 수 있다는 염려 때문이었다.
설치비용은 8천만 원이나 들었다. 지역에서 CCTV를 붙인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라는 것이 이 회사 설명.
배명우 롯데건설 대구지사장은 "근로자들부터 만족시켜야 이 뜨거운 여름, 제대로 된 아파트 공사를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산재사고로부터 해방된 것은 물론, 아파트 분양을 받은 고객들에게 더 훌륭한 아파트를 선사할 수 있다."고 했다.
◆돈 안 들이고 기 살리기
국민은행 동대구지역본부의 김준호 과장은 이달 '과장' 딱지를 뗐다. 은행 측이 노사합의를 통해 4년 이상 된 과장들에게 '차장'이라는 호칭을 부여하기로 한 것. 그는 자연스레 승급이 된 셈이다.
하지만 월급이 오른 것은 없다. 단지 기존의 직급 명칭을 조금 변경, 직원들의 사기를 높여주기로 한 것뿐이다.
국민은행은 4년차 이상 된 과장에게 차장이라고 불러주기로 한 것뿐만 아니라, 고참 차장들에게도 '부지점장'이라는 명칭을 부여했다. 대구·경북을 비롯, 전국적으로 수천 명의 직원이 명함을 새로 팠고, 기분도 좋아졌다.
부지점장 호칭을 받게 된 권순보 국민은행 동대구지역본부 팀장은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자연스레 직원들의 사기가 올라가는 것 같다."며 "더 열심히 일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화성산업(주) 동아백화점은 이달 '칭찬 쿠폰제'를 도입했다. 간부급 직원들에게 칭찬쿠폰을 나눠준 뒤, 이들이 매장을 다니다 서비스가 뛰어난 경우를 발견했을 때, 해당 직원에게 '칭찬쿠폰'을 즉석에서 주는 것.
쿠폰을 받은 직원은 사내 게시판에 오르는가 하면 다음날 사내방송을 통해 사례가 소개된다. 자연스레 전 직원들로부터 '칭찬'이 쏟아지면서 어깨가 으쓱해진다.
이 회사 황보성 홍보팀 과장은 "칭찬 마일리지가 많이 쌓인 직원에게는 작지만 기념품도 줄 예정"이라며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회사 전체에 생동감을 불어넣을 수 있고, 고객들에게도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전망"이라고 했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한동훈 이틀 연속 '소신 정치' 선언에…여당 중진들 '무모한 관종정치'
국가 위기에도 정쟁 골몰하는 野 대표, 한술 더뜨는 與 대표
비수도권 강타한 대출 규제…서울·수도권 집값 오를 동안 비수도권은 하락
[매일칼럼] 한동훈 방식은 필패한다
"김건희 특검법, 대통령 거부로 재표결 시 이탈표 더 늘 것" 박주민이 내다본 전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