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비정규직 보호법 시행을 앞두고 산업체 현장에서 연봉계약직원 등과 고용계약을 해지하거나 업무를 축소시키는 등 인력재편 작업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우려했던대로 '비정규직 죽이는 비정규직 보호법'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원성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포항의 한 회사는 이달 초부터 직원업무 재조정에 들어가 모부서에서 핵심적인 사무를 담당하던 A 씨에게는 서류정리와 문서수발 및 다른 직원들의 업무보조만 담당하게 하는 대신 종전 업무는 대리와 과장 두 사람이 나눠 맡도록 하는 이른바 '업무 쪼개기'를 단행했다. 이는 A 씨가 연봉계약직 비정규 사원이라는게 이유다. 동일업무 수행자간에 차별을 금지하는 법안 때문에 나온 조치다.
또 다른 회사에서는 최근 계약직 비서들에게 일제히 계약해지 예고통보를 했다. 현실적으로 정규직과의 차별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이 서자 아예 문제의 소지가 있는 직원들을 모두 내보내고 빈자리를 모두 파견근로자로 대체키로 한 것. 이 회사 총무부장 B 씨는 "지난 몇년간 동료로 지내왔지만 차별금지, 2년후 정규직 전환 등 부담스런 노동관련법이 잇따라 시행을 앞두게 되면서 비정규직 모두를 내보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포항공단의 모업체는 20여 명 비정규 여직원에 대해 감원통보를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이달들면서 난데없는 업무조정과 고용계약해지 등 인사바람이 강하게 일자 정규·비정규직 가리지 않고 많은 근로자들은 "비정규직 보호법이 오히려 비정규 근로자들의 고용불안을 조장하고 있다."며 허점투성이인 법내용과 정부당국을 비난하고 있다.
계약직 비서로 일해온 김모(26·포항 용흥동) 씨는 "최근 4년간 일해온 직장에서 아무 잘못도 없이 쫓겨나게 됐다."며 "보호법이 가해법이 되는 셈"이라고 비난했다.
또 기업체 채용·인사업무 담당자들은 "비정규직이 특히 많은 대학교와 연구소 등지에서는 이 법 시행 전후해 엄청난 혼란을 겪고 연구용역사업이 큰 차질을 빚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포항·박정출기자 jc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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