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상주 '토진 나루터' 마지막 뱃사공 안문호씨

"차도 실을 만큼 대형화물선 운항했죠"

20일 오전 11시 상주 중동면 신암리 중동교에서 열린 '옛 토진 나루터' 표지석 제막식에 참석한 상주 지역 마지막 뱃사공 안문호(62·중동면 신암리) 씨는 남다른 감회에 젖어들었다.

1982년 중동교가 완공되면서 뱃사공을 접었지만 지난 세월이 주마등처럼 흘러갔기 때문.

그는 "토진 나루는 강이 깊어서 차량을 실을 수 있는 대형 화물선이 운항됐다."며 "토진 나루 뱃길에는 서민들의 애환과 생활이 고스란히 묻어 있었다."고 회상했다.

안 씨는 1982년 11월 중동교가 준공되기 직전까지 4년 정도 나룻배와 화물선을 운항했었다. 200여m가 넘는 강폭 양쪽 말뚝에 연결한 쇠줄을 2명의 뱃사공이 당기면서 배를 운항해 홍수 등 강물이 불어나면 뱃길이 끊기기 일쑤였다.

특히 해가 떨어진 저녁부터는 배 운항이 금지돼 늦은 귀갓길 주민들이 강 건너편에서 배를 띄워달라고 애원하는 소리들이 심심찮았으며 한밤중에 이웃들이 찾아와 배를 띄워줄 것을 부탁하는 일이 다반사였단다.

안 씨는 "당시 뱃삯은 차량 80원, 사람은 10원(지금의 500원)으로 기억한다. 이것도 의성 등 외지인들만 현금으로 받았으며 중동 주민들에겐 여름엔 보리로 가을엔 나락으로, 거두러 다녔다."고 했다. 이 때문에 학생이나 왕래가 잦은 집은 조금이라도 덜 내려고 서로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단다.

이날 행사는 상주시 중동면민들이 만든 중동장학회(회장 김귀현)가 옛것을 통해 후세들이 어려웠던 시절을 되새기고 조상들의 삶과 애환을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이 지역 11곳 옛 나루터 가운데 우선 규모가 큰 '옛 강창 나루터'와 '옛 토진 나루터'에 대형 표지석을 세우기로 해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마지막 뱃사공 안 씨 이외에도 60대 이상 촌로 50여 명이 삼삼오오 모여 흐르는 낙동강 물길을 바라보며 회상에 젖어들었다.

상주·엄재진기자 2000j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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