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을 포함한 친환경 제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생협'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생협은 친환경 농산물과 공산품을 생산하는 생산자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시켜주는 '생활협동조합'을 뜻한다. 전국적으로 여러 생협들이 활발한 활동을 펴고 있다. '한살림'은 농민 등 생산자 중심으로 서울 등지에서 매장형태로 이뤄지는 생협이고, '두레연합'도 수도권을 중심으로 활동한다. 전국 조직망을 갖고 있는 생협은 '한국생협연합회'가 있다. 대구'경북에 6개 지역조합을 포함해 전국에 62개 조합을 갖고 있으며, 조합원은 2만 1천여 명(이용자 포함 4만여 명)에 이른다. 대구지역 조합 중 녹색생협이 조합원 700여명으로 가장 크며, 전체 대구 조합원은 1천300여명에 이른다.
◇ 어떻게 가입하나
인터넷이나 전화로 가입이 가능하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생협' 또는 '한국생협연합회'를 검색하면 홈페이지를 쉽게 찾아낼 수 있다. 아울러 최근 전국 대표번호 '1544-0014'가 개통됐기 때문에 집과 가까운 생협 지역조합을 찾을 수도 있다.
한국생협의 경우, 처음 가입할 때 가구당 3만 원씩 출자금을 내야한다.
또 매번 주문할 때마다 1천 원씩 공급출자금을 내야한다. 하지만 출자금은 탈퇴시 100% 돌려받는다. 이밖에 매월 조합비를 내야한다. 기본 2만 7천 원이지만 인터넷 주문시 2천 원 할인, 결제액 자동이체시 3천 원 할인되기 때문에 대부분 조합원들은 2만 2천 원을 내고 있다. 주문할 때마다 내는 공급출자금은 결제액이 자동이체될 때 함께 포함돼 빠져나간다. 물론 비조합원들도 이용이 가능하다. 한국생협의 경우, 조합비나 출자금이 부담스러운 일반 고객들을 위해 조합원 공급가보다는 조금 비싼 가격에 똑같은 품질의 물품을 공급하고 있다.
◇ 어떤 물건을 어떻게 사야할까
먹을거리부터 휴지, 치약, 세제, 화장품 등 생필품을 포함해 900여 가지 물품을 판매하고 있다. 먹을거리는 유기농, 전환기, 무농약, 저농약, 국내산 등 친환경 마크가 부착돼 있으며, 생필품도 각종 첨가물이 최소화한 제품이 공급된다. 가령 시중에서 판매하는 햄 대부분이 염료의 일종인 아질산나트륨이나 방부제가 포함돼 있지만 생협 제품에는 이런 첨가물이 없다. 여름철에 인기 높은 아이스크림 역시 유화제, 안정제, 향료, 색소 등의 첨가물이 없는 제품이다.
원하는 제품은 인터넷으로 주문하면 된다. 원하는 날짜보다 3일 전(밤 11시까지)에 주문해야 한다. 이렇게 주문한 제품은 이튿날 생산자에게 통보되고 지역별 물류센터로 배달된 뒤 가정별 장바구니에 담겨 집집마다 배달된다. 홈페이지 '장보기'를 클릭하면 구입하고자 하는 물품의 상세한 정보를 알 수 있다. 생산지부터 생산자 이름, 생산방법 및 보관방법까지 상세한 설명이 나와있다. 아울러 공동구매물품, 한정기획물품, 월 1회 공급물품 등을 통해 보다 저렴한 가격에 구매도 가능하다.
◇ 믿을 수 있는 상품인가
생협 제품에 대해 일반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하는 질문 중 하나가 신뢰성이다. 생협 관계자는 "물품이 의심스럽다고 판단될 경우 즉시 수거해서 공인기관에 검사를 의뢰하며, 출고 2주 전에 잔류농약검사 등 다양한 친환경검사가 이뤄진다."고 말했다. 이밖에 수시 검사도 이뤄진다. 매월 20가지 품목을 임의로 선정한 뒤 검사를 의뢰한다. 검사를 통해 농약이나 부당한 첨가물이 적발될 경우, 공급계약을 파기한다. 가령 농약이 검출됐을 때, 인근에서 날아온 경우 또는 토양 자체가 오염된 경우 등이 있는데 이럴 때에도 경고조치와 함께 일정 기간 공급을 못하도록 조치한다. 일부 부정직한 생산자가 속이고 농약을 살포한 경우는 즉시 공급을 못하게 하며, 이후로도 생협과는 거래를 할 수 없게 한다. 아울러 이같은 검사결과는 인터넷을 통해 모두 공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또 지역조합별로 구성된 물품위원회에서 현장 조사를 나가기도 한다. 가공공장이나 농장을 찾아가 생산 및 재배 과정을 지켜보고, 그 결과를 각 지역조합별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려놓는다. 생협측은 이런 상품을 '얼굴 있는 물품'이라고 부른다.
◇ 가격이 비싸지 않나
친환경 시장이 확대되면서 같은 유기농 제품이지만 가격은 제각각이다. 가격을 비교하기에 앞서 먼저 친환경농산물 인증마크에 대한 상식이 필요하다. 친환경농산물마크는 비슷하지만 아래에 써있는 글은 조금씩 다르다. 어떤 제품은 친환경마크가 붙어있지만 그다지 비싸지 않은 제품이 있는가하면, 어떤 제품은 일반 제품의 서너배가 넘는 가격표가 붙어있어 깜짝 놀라게 한다.
주부들이 채소'과일 매장에서 많이 보는 친환경농산물 인증마크는 얼핏 한 가지인 것 같지만 실제로는 4가지 종류가 있다. 유기합성농약과 화학비료를 3년간 전혀 사용하지 않은 농산물에는 '유기농산물마크', 1년간 쓰지 않은 농산물에는 '전환기유기농산물마크'가 붙는다. 또 '무농약농산물마크'는 유기합성농약은 쓰지 않았지만 화학비료는 권장사용량의 3분의 1 이하를 쓴 농산물에는 '무농약농산물마크'가, 농약 잔류량이 허용기준의 절반 이하로 나타난 농산물에는 '저농약농산물마크'를 붙일 수 있다. 같은 제품이라면 유기농이 가장 비싸고, 저농약이 그나마 저렴한 편에 속한다. 하지만 유기농이 무농약보다 반드시 우수한 제품이라는 판단은 곤란하다.
생협이 취급하는 친환경제품과 일반 제품 가격을 비교하는 것은 무리다. 아무래도 생협 제품이 비쌀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같은 친환경 제품이라면 매장에서 판매하는 가격보다 생협 제품이 20~30% 저렴하다. 유통마진이 없고, 생산자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해 주문이 들어올 때마다 즉시 생산하기 때문에 재고 부담도 없다. 매월 내는 조합비가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생협 관계자는 "조합원들이 평균 구매액이 월 24만 원 정도인데, 월 12만 원 이상만 구매해도 조합비는 건질 수 있다."며 "매장에서 판매하는 친환경제품에 비해 가격이 싼데다 사전 구매를 하기 때문에 필요한 물품만 계획적으로 소비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 조합원비는 어떻게 쓰이나
조합비는 사무실 운영비, 배달차량 유지비 등으로 쓰인다. 아울러 매년 수차례 열리는 체험행사비용으로 충당되기도 한다. 행사 시기나 횟수는 지역조합마다 조금씩 다르다. 대구 성서생협의 경우, 지난 4월 배꽃따기, 5월 참외따기 및 밀축제, 여름 1박 2일 캠프, 가을철에 생협축제 및 가을걷이 축제 등 연간 5, 6회 체험행사가 있다.
조합원들은 차비 외에는 부담이 없다. 지난 5월 성주에서 열린 참외따기 행사의 경우, 친환경 참외 농가를 찾아가 아이들이 직접 수확 체험도 하고 직접 재배한 야채와 돼지고기로 점심 식사까지 곁들였지만 비용은 무료. 가족마다 차량을 이용해서 이동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전남 순천에서 한국생협연합회 주최로 열린 밀 축제는 1박 2일 체험행사였지만 참가비는 1인당 2만 원에 불과했다. 민간 단체의 1박 2일 농촌체험 비용은 7만~10만 원 선이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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