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가전도 '얼짱시대'…백색가전 '추억속으로'

"전자제품 튀고 예뻐야 팔려"…"기계 아니라 예술품이지요"

▲ 최근 가전제품들이 화려한 색상과 디자인으로
▲ 최근 가전제품들이 화려한 색상과 디자인으로 '패션 가전' 시대를 열고 있다. 정우용기자 vin@msnet.co.kr

20일 오후 대구 달서구 죽전동 한 가전제품 판매장.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각양각색의 전자제품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마치 의류점을 찾은 듯 다양한 컬러들의 제품들이 유혹의 손짓을 하고 있다. 이사를 앞두고 냉장고나 세탁기 등을 보러 왔다는 김은순(46·여·대구시 달서구 용산동) 씨는 "마음 같아선 이것저것 다 사고 싶을 만큼 제품 디자인들이 하루가 다르게 화려해진다."고 말했다. 이같이 중년 이상의 고객들은 최근 가전제품들을 보면 '격세지감'을 느끼며 감탄할 때가 많다고 직원들은 전했다.

가전이 '패션'을 갈아입고 변신 중이다. 최근 가전제품 판매장을 가면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 저마다 경쟁하듯 튀는 색상과 디자인으로 고객들을 유혹하고 있다. 단순히 기능만을 강조하던 백색 가전 시대는 옛말이다.

◆좀 더 화려하고 미끈하게

가전이 천편일률적인 화이트를 탈피하고 본격적인 컬러 시대를 시작한 것은 각 전자업체들이 자체 브랜드를 내놓으면서부터. 삼성의 '하우젠'이나 '지펠', LG의 '디오스'나 '트롬', 대우의 '클라세' 등이 그것이다. 이때부터 각 업체들마다 화이트에서 레드나 블랙, 블루, 초콜릿 등 눈길을 사로잡는 화려한 색 중심으로 가전을 변신시키기 시작했다. 장종영 디지털프라자 죽전점 팀장은 "흰색은 오래 되면 누렇게 뜨는 경향이 있는 반면 원색의 가전은 그런 염려가 없다."고 말했다. 눈의 즐거움과 함께 실용성도 컬러화에 한몫하고 있는 것.

특히 최근엔 고급스러움과 우아함이 돋보이는 와인색이 큰 인기다. 장 팀장은 "최근 많이 팔리는 에어컨의 경우 와인 색상이 전체 판매의 80%를 차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컬러화는 이제 문양까지 가미된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에어컨과 냉장고 등 가전에는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꽃잎이나 꽃줄기, 나비, 스트라이프 등의 문양이 주로 들어가고 있다. 가전의 주 소비주체인 여심을 사로잡기 위한 것. 이해성 하이프라자 죽전점 팀장은 "가전에 강화유리가 채용되면서 여러 가지 문양을 넣는 기법이 대세가 됐다."고 설명했다.

슬림화도 빼놓을 수 없는 흐름. 특히 에어컨의 경우 과거에 비해 길쭉하면서 얇아지는 것이 특징. 이 팀장은 "에어컨은 대부분의 가정에서 거실에 한자리를 차지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무조건 예뻐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며 "이런 소비자들의 기호에 따라 에어컨은 디자인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고 했다.

◆삼성·LG "우리 색깔이 있다"

각 전자업체들의 '패션 차별화'도 눈에 띈다. 삼성전자는 최근 부드러운 원목 스타일의 신소재인 '에버맥스'를 외장에 입힌 양문형 냉장고를 내놓았고 LG전자는 가전 꽃잎 문양에 보석을 박아 고급스러움을 강조했다. 또 LG전자는 최근 스크린 테두리를 원목으로 처리한 '엑스캔버스 갤러리'를 출시하면서 주문 생산하고 있다.

기능도 패션의 발전과 비례해 기발해지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특히 냉장고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삼성의 경우 냉장고에 수분이나 광합성이 되는 방을 별도로 만들거나 문을 좀 더 편하게 열 수 있도록 '터치라이트 핸들'을 채택하는 제품을 내놓고 있다. LG는 소량의 잡곡의 변질을 막는 잡곡실을 별도로 두거나 아이트레이를 냉장고 도어 부분에 부착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에어컨의 경우 삼성은 통풍구를 크게 해 찬바람이 더욱 강하게 나오는 제품을, LG는 필터를 자동적으로 청소해주는 기능을 추가한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패션을 넘어 예술로

가전은 이제 패션을 뛰어넘어 '예술 가전'이란 말을 만들어내고 있다. 유명한 디자이너나 작가와 디자인 협력 체계를 구축해 가전을 예술 작품으로 업그레이드시키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삼성전자는 디자이너 '앙드레 김'과, LG전자는 화가 '하상림'과 협약을 맺은 것이다.

삼성은 앙드레 김과 상호 디자인 교류를 통해 소재나 컬러, 문양 등 디자인 패턴을 공동으로 개발하고 신제품 발표회나 고객초청 행사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앙드레 김의 디자인이 들어간 제품은 별도로 'Andre Kim'이란 로고를 붙여 차별화하고 있다.

LG도 꽃의 화가라 불리는 '하상림' 화가와 협약을 맺고 그의 다양한 꽃을 제품 표면에 적용, 고급스러움과 작품성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있다. 또 에어컨을 액자 형으로 만들고 명화를 표면에 입혀 한폭의 작품을 걸어놓은 듯한 명실상부한 '액자'로 변신시키고 있다.

장 팀장은 "소비자들이 이제 가전을 인테리어의 한 요소로 보기 때문에 가전들이 더욱 패션이나 예술을 강조하는 성향이 있다."며 "이 같은 현상은 앞으로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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